한해 중에서 공휴일이 없는 달은 그 한달이 상당히 길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이번 11월도 시작하기가 무섭게 벌써 보름이 지나간다. 거리에 낙엽들이 바람에 뒹구는 계절이다. 바람에 이리저리 날리는 잎들은 계절의 표상인 양 세인들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자유로이 흩어진다.
국도변이 노랗게 물들었고 넓은 플라타너스 잎들이 인도를 메웠다. 낙엽들이 도처에 깔리면서 사람들은 낭만을 즐기기도 하고 계절이 쏟아내는 풍경에 넋을 빼앗기기도 한다. 낙엽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색은 눈을 즐겁게 하고 감성을 일게 하며 추억에 젖 게 한다.
많은 사람들이 낙엽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렇듯 다양하다. 그러나 새벽을 여는 사람들은 가을에 대한 보편적인 개념과는 다르다. 맑은 공기를 마시기 위해 아침을 가르는 조깅 마니아들이 그렇고 쉼없이 가을을 쓸어 담아야 하는 다른 이도 그렇다. 쓸어 모은 낙엽을 마대자루에 담으며 새벽부터 긴 호흡을 해야 하는 모습에서 그 좋게만 느껴졌던 낙엽들이 야속하다 싶다.
낙엽을 향한 눈길과 마음이 같은 상황을 두고도 사람들의 생각과 보는 각도에 따라서 확연히 달라진다. 그것은 아마도 사람의 얼굴이 모두 다르듯이 개인의 생각과 관점, 처한 환경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대개의 사람들은 주관을 내세워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려고 하고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그리 하지 않는 편이다.
생각하는 것은 자유다. 타인의 간섭을 받을 필요도 없고 간섭할 이유도 없다. 그러나 생각하고 있는 것을 표현할 때는 다르다. 자신의 생각과 표현이 다른 사람도 같을 것이라는 판단은 지극히 자신만을 위한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자신만의 이익과 욕심을 표현한 것들이 의외로 많다. 결국 자신의 편한 생각에 양심을 버린 것이다. 낙엽을 보고 계절의 정취를 함께 느끼면서도 거리를 쓸어야 하는 환경 미화원의 심정을 생각하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 사람이 동물과 다른 것은 사물의 이치를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도리에 따라 행동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생각과 판단의 능력이 있기에 우리는 함께 살아갈 수 있다.
또 생각의 차이가 있어도 슬기롭게 해결 할 수 있는 능력이 우리에겐 존재한다. 생각 차이가 크면 분쟁이 잦을 수밖에 없고 생각차이가 좁혀지면 어울릴 수 있는 공감대가 형성된다. 이 사회는 혼자 살아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개인의 생각과 욕심만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사회 구성은 물론 모든 규범과 제도가 필요치 않을 것이다. 함께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지켜야하는 질서가 있고 이웃이 있는 것이다. 잘 구르는 톱니바퀴처럼 사회가 돌아가기 위해서는 우선 주변의 작은 것에서부터 생각차이를 좁혀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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