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다들 아우성인데 유독 복권 시장만은 호황으로 올해 정부가 설정한 매출 한도를 초과했다고 한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는 올 11월까지 복권 총판매액이 2조9천129억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국무총리실 산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가 정한 금년도 매출총량 한도(2조8천753억원)를 이미 넘어섰다.
이런 추세라면 12월 말까지 총판매액이 3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복권은 지난해도 한도가 초과됐었다. 3·4분기 30.41%로 30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는 총저축률과는 대조적이다. 복권 열풍을 바라보는 마음은 씁쓸하다. 힘들게 일해도 좀처럼 생활이 나아지지 않는 현실에서 복권 한 장에 인생역전을 꿈꾸는 국민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일자리도 불안하고 소득은 주는데 고물가에 늘어나는 빚 등으로 살림은 갈수록 팍팍해져 가고 있다. 여기에 더해 미래에 대한 불안까지 겹치면서 너도나도 한탕주의의 유혹에 빠지는 것 같아 가슴이 답답하다.
복권은 사행성이 강한 만큼 매출액이 한도를 넘어서면 적절히 관리돼야 한다. 하지만 재정부 복권위는 지난주 관계부처 회의에서 오히려 올해 복권 매출총량 한도를 3천556억원 증액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미 한도를 초과한 데다 인위적으로 매출을 중단하면 소비자가 반발한다는 게 이유였다. 납득하기 어렵다. 사감위가 복권위 요청을 거절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사감위는 매년 복권 등의 매출총량을 설정한다. 사행산업의 지나친 성장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지난달 개정된 사감위법 시행령은 업종에 따라 매출총량을 폐지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중독 비율이 낮고 사업자가 매출총량을 조정하기 어려운 업종은 총량 적용의 예외로 삼겠다는 것이다.
복권 매출총량제의 폐지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 정부가 복권 과열을 방조한다는 비판이 이어지는 이유다.
복권은 성인 10명 가운데 7명이 구입한 적이 있을 정도로 사행성이 강하다. 대한민국 사회가 사행성 바람에 휘청이는 불상사가 없도록 정부는 중장기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사감위가 총량기준 준수를 권고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강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규제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일반 시민도 절제의 미덕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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