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최초로 여성 대통령을 당선시킨 우리나라 대졸 여성들의 고용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 국가 중 최하위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여성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아직도 사회 곳곳에 남아 있는 현실을 직시하면 그렇게 놀랄 일도 아니다. 놀랄 일은 해묵은 남녀 차별을 시정할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나태와 무기력 바로 그것일 것이다. 고용과 성장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첩경이 여성인력의 활용이라는 실용적 이득을 생각해서라도 잘못된 관습을 과감하게 타파해 나가야 한다. OECD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대졸 여성고용률은 2011년 60.1%로 OECD 평균인 78.7%에 크게 못 미쳤다.
고학력 여성고용률이 낮은 국가를 보면 터키가 64.4%로 한국 다음이었고 멕시코, 이탈리아, 그리스, 미국 등도 낮았으나 70.0%는 넘었다.
반면 한국의 대졸 남자 고용률은 89.1%로 OECD 평균 87.6%를 살짝 넘었다. 한마디로 똑같이 대학교육을 받았지만 일터에서는 여성보다 남성을 선호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 이런 차별 때문에 남녀 고용률 격차는 29.0%포인트로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 선진국 진입과 이 격차의 축소는 동전의 양면이다.
여성인력 활용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저출산 고령화로 2017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우리로선 당장 시급한 필수과제다. OECD는 한국의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을 2030년까지 남성과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경우 성장률이 연평균 0.92% 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여성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선 여성들이 자녀 출산·육아·교육 등으로 직장을 떠나지 않도록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정책적 배려가 더 많이 이뤄져야 한다. 25∼29세 여성 고용률은 72.6%지만 35∼39세 여성 고용률은 56.1%로 급격히 떨어진다.
자녀를 키우면서 직장에 다니는 게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선 여전히 쉽지 않다는 방증이다. 가부장적 문화를 개선하고 고용의 질을 낮추지 않는 유연근무제 확대 등이 필요하다.
입사 장벽이나 승진, 임금 등에서의 차별도 없애야 한다. 일부 대기업과 공기업을 제외하면 여전히 남성 채용우대 관행이 잔존하고 있고, 경기가 안 좋을 때 제일 먼저 구조조정 대상이 되는 것도 여성이다.
여성들이 입사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직장에 들어가더라도 승진 등에서 차별을 당하면서 중간관리자나 임원으로 올라가지 못한 채 일을 스스로 포기하는 사례도 많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2017년까지 10만명 여성인재 양성을 공약한 만큼 양성평등 후진국에서 벗어나기 위해 의미 있는 후속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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