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계절은 왔는데, 관중이 없다’ ‘관중없는 경기가 무슨 흥이 나겠는가’ ‘우리 끼리 이러다 승부내면 되지’.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의 솔직한 심정을 표현한 말이 새삼스럽지만 않다.
요즘 정치인들은 팬들을 TV 앞으로 끌어들이는 스포츠 스타들의 강한 흡인력이 부럽다 못해 시샘까지 난다고들 한다. 최고의 인기 종목으로 자리잡은 영국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 흠뻑 빠진 국민들. 그렇지만 세계 최고의 흥행 스포츠인 메이저리그도 한 때 선수 부족으로 운영 중단의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영화 ‘그들만의 리그(A League Of Their Own·1992년 제작)’는 1940년대 2차대전 당시 남자 선수들의 군 입대 공백을 메우기 위해 급조된 여자 프로야구팀의 실화를 소재로 만들었다. 급조된 여자 야구팀은 영화에서처럼 1940년대 당시 보수성을 극복하지 못한 채 팬들의 외면 속에서 ‘그들만의 리그’로 운영되다 사라졌다.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가 스프링캠프 시즌을 지나 시범경기로 시즌을 준비해 본격적으로 시즌을 맞듯이 대통령 선거와 재선거를 앞둔 정치권도 선거캠프 등을 통한 세(勢) 확산과 얼굴 알리기에 분주하다. 4·25 재선거와 12·19 대선 승리를 위해 각종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정치권이 유권자들을 선거전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까?
순천에서도 오는 4월 25일 순천시의회의원 마선거구(삼산동·매곡동) 재선거가 실시된다. 재선거 후보자들은 ‘출마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얼굴 알리기에 나섰지만 유권자들의 무관심으로 벌써부터 ‘그들만의 리그’로 각인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재선거 후보들은 마선거구의 최대 현안인 군부지 활용과 구도심개발사업 등에 대한 공략을 쏟아내면서 유권자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이제 1개월도 남지 않은 재선거. 후보자들에게는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반면 유권자들은 후보들의 열성과 달리 이번 재선거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번 선거는 시의원을 선출하는데다 재선거로 치러져서 유권자들의 무관심이 더 한 것 같다.
인파로 북적이는 시장과 길목 등은 선거철 마다 한 표라도 건지려는 후보들의 분주한 모습과 그들이 지나가고 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식의 유권자들의 무관심이 사뭇 대조를 이룬다.
마선거구 재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4명의 후보는 출마 선언을 시작으로 선거구 구석구석을 돌며 명함을 돌리는 등 앞으로 1개월여 동안 치열한 선거운동을 벌이게 된다. 후보들은 ‘지역 참일꾼 선택’을 호소하고 나섰지만 정작 유권자들의 무관심에 직면하면 발걸음 조차 무거워진다고 하소연을 늘어놓는다.
우리는 지난 10월 6일 사상 첫 직선제로 치러진 전라남도교육감 선거를 간과할 수 없다.
전라남도교육감 선거는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의 중요성과 첫 주민 직선제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고작 40%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순천시 마선거구 재선거도 평일에 실시될 뿐 아니라 기초의원 선거라는 점에서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율 저조가 크게 우려되고 있다.
출마 후보들은 유권자들의 관심이 배제된 채 ‘그들만의 리그’로 재선거를 치르지 않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정책 개발을 통해 수면 아래 가라앉은 표심을 끌어올려야 한다. 또 유권자들은 후보들의 정책과 소신 한 마디 한 마디에 관심을 가지고 실현 가능성이 높은 인물과 정책에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이번 마선거구 재선거가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로 성공할 경우 연말 대선의 흥행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동네 일꾼’을 뽑는 소중한 한 표를 밑거름으로 ‘동네 선거잔치’로 이어지는 대박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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