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광주시에 손 들어줘…사회기반시설 공익성 최우선으로 고려
수천억원대 재정 경감 청신호…맥쿼리 투자 타 민자사업에도 불똥
광주시는 20일 제2순환도로 1구간 자본구조변경 원상회복을 위한 감독명령과 관련해 사업자가 제기한 ‘감독명령 취소 행정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고 밝혔다.
법원이 광주 제2순환도로 1구간의 자본구조 원상회복 감독명령을 둘러싼 행정소송에서 감독명령 기관인 광주시의 손을 들어준 것은 사회기반시설의 공익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혈세 먹는 하마’로 불리며 막대한 재정보전금이 투입되고 있는 제2순환도로 1구간 운영과 관련해 민자사업자의 임의적인 자본구조 변경은 잘못된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돼 광주시의 수천억원대 재정경감에 청신호가 켜졌다.
이는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MKIF)가 같은 방식으로 투자한 전국의 다른 민자사업 공공시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연쇄 소송 등 파장이 예상된다.
◇행정소송 광주시 승소
광주지법 행정부(부장판사 김재영)는 20일 광주제2순환도로 1구간 민자사업자인 광주순환도로투자㈜가 광주시를 상대로 제기한 자본구조 원상회복을 위한 감독명령 취소 소송에서 원고 기각 판결했다.
광주순환도로투자㈜는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가 100% 출자한 회사다.
재판부는 “사업자가 광주시의 동의 없이 자본구조를 변경한 것은 실시협약을 위반한 것이다”며 “광주시가 사업자 측에 원상회복 감독명령을 내린 것은 사회기반시설의 공익성을 유지하기 위한 차원으로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사업자는 선이율 20%로 자금을 장기 차입해 막대한 이자 손실을 발생하게 했으며 2010년 말 기준으로 누적 적자가 1천24억원으로 총자산 부채가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판결은 광주시가 광주순환도로투자㈜를 상대로 내린 감독명령의 정당성을 인정한 것이다.
광주시는 광주순환도로투자㈜가 지난 2003년과 2004년 2차례 자본구조 임의변경을 통해 출자자(맥쿼리인프라)의 이익만 불려주고 스스로 재무상태를 부채비율 -261%(부채총액 2천338억원)로 악화시켜 공공도로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렵게 됐다며 지난 2011년 10월14일 자본구조 원상회복 명령을 내렸었다.
사업자측은 지난 2003년 3월 1차 자본구조 변경을 통해 자기자본비율을 29.91%에서 6.93%로 축소시켰으며 지난 2004년 10월 2차 자본구조 변경을 통해 선순위차입금 1천420억원에 대한 이자율을 7.25%에서 10.0%로 증가시켰다.
이를 통해 지난 2003년부터 2008년까지 8년 동안 1천675억2천500만원을 벌어 이자로만 1천947억5천만원을 대주(맥쿼리)에게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무상사용기간 종료 연도인 2028년까지 총 4천880억원의 이자부담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광주시는 제2순환도로 1구간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 광주순환도로투자㈜의 자본구조를 지난해 12월12일까지 현 6.93%에서 협약 당시인 29.91%로 원상복구토록 감독명령을 내렸다.
또 자본구조 변경으로 출자자 겸 대주주에게 돌아간 이익을 시설이용자에게 돌아가도록 명령했다.
매년 수백억원에 달하는 재정보전금(MRG)과 시민들의 통행요금이 고스란히 대주주에게만 돌아가는 기형적인 구조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다.
이에 맞서 사업자 측은 중앙심판위원회에 감독명령 취소를 청구했다가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이번에 1심에서 기각 판결이 내려졌다.
◇의미와 전망
이번 소송에 따라 광주시의 재정경감 대책에 청신호가 켜졌다.한 해 수백억원의 재정보전금을 투입해 ‘혈세먹는 하마’로 전락했던 광주제2순환도로 1구간 운영에 큰 변화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광주시는 이번 승소에 따라 자본구조 원상회복 감독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실시협약 중도해지를 추진하고 장기적으로 자체 매입도 검토할 방침이다.
현행법상 원상회복명령 시정기간은 60일이고 실시협약의 중도해지를 위한 예정통보는 이미 지난해 8월 고지했다.
광주시는 중도해지 사유 치유기간(90일)과 청문절차(40여일) 등을 거친뒤 시의회 동의를 받아 최종적으로 ‘사업시행자 지정 취소 겸 실시협약 해지 통보’를 할 계획이다. 실시협약을 중도해지할 경우 무상사용 기간인 오는 2028년까지 민자사업자 측에 부담해야 할 비용 가운데 5천억원 이상 절감할 것으로 광주시는 예상하고 있다.
특히 민자사업자가 원상회복 처분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광주시는 민자사업자의 귀책사유에 따라 해지시 지급금의 80%로 관리운영권을 매입하게 돼 551억원의 예산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민자사업자측은 1심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항소할 가능성이 높아 대법원까지는 법적공방이 계속될 전망이다.
◇영향
이날 행정소송에서 법원이 광주시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맥쿼리인프라가 참여한 타지역 민자사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심판 결과가 비단 광주 제2순환도로만의 문제가 아니라 서울지하철 9호선, 대구4순환도로, 경남 마창대교, 부산 수정산터널 등 맥쿼리가 실시한 전국 10여개 민자사업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울메트로 등 타 지자체 민자사업 부서도 이번 소송해 큰 관심을 나타내며 광주시에 수차례 문의하는 등 향후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강운태 광주시장은 “민선5기 출범 이후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제2순환도로 1구간 원상회복을 위한 감독명령이 법원으로부터 정당성을 인정받은 만큼 실시협약의 중도해지를 위한 절차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사업자측이 항소할 것에 대비해 법적인 절차를 충분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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