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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없는 교육개혁 |
2013년02월21일(Thu) |
| 안용호 논설위원(전 광주시교육청 장학담당장학관) |
광복 후 우리는 학교 없는 교육개혁을 꾸준히 실천하여 왔다. 어느 퇴직 교원의 회고를 따라가면서 살펴보도록 하자.
전쟁 후 우리 교육은 너무나 가혹했다. 교실이 없어서 천막에서 공부를 했고, 심지어는 칠판이 없어서 먹을 갈아 칠하고 달걀을 입혀 걸레로 칠판을 닦는 정도였다. 선생님이 부족하여 초등학교 졸업생을 채용하여 가르치도록 하는 매우 열악한 환경이었다. 교과서는 유네스코 산하기관인 운크라에서 찍어서 한 교실 당 2권의 책이 배부되는 지경이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교육 이론이 미국에서 발원하여 일본에서 번역되고 다시 우리가 번역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고, 미국-일본-우리나라로 오는 ‘교육로드’는 오래 지속되었다. 70년대 이후에는 교육개발원에서 ‘어떻게 하면 잘 가르칠 수 있느냐’는 교수학습모형이 나와서 가르치는데 도움을 주었다. 우리나라의 본래 교육은 초·중등 교육의 경우 서당이나 향교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는데 교과 내용이 정해져 있었다. 천자문, 추구, 학어집, 통감, 명심보감, 소학, 대학, 논어, 맹자, 중용, 시경, 서경, 주역의 순으로 쓰고 외우면서 진리를 터득하는 학습자 중심의 프로그램학습이었다. 놀라운 것은 소학을 못 외우면 대학을 배울 수 없었다는 것이다. 모든 책임이 학습자에게 있었으며 누구의 탓도 아니었다.
그런데 ‘새교육’이 들어오면서 가르치는 내용을 학습자가 다 이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교육을 바라보면서 교육이론이 발전하고 있었고, 우리는 그것을 따라가는데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개발원에서 만들어 낸 일반모형은 한 단원을 학습하는데 계획단계, 진단단계, 지도단계, 발전단계, 평가단계를 거치도록 했고, 각 교과별 학습모형이 있었다. 교육이론도 행동주의 심리학에서 인지심리학이 태동하면서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뀌고, 여러 연구학교가 생기면서 선생님들을 괴롭혔다. 연구학교만 하더라도 도서관 교육 연구학교, 학습 공원화, 교단 선진화, 독서교육, 정보화교육 등 수 많은 연구 활동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깊이 들여다보면 선생님이 어떻게 잘 가르치느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기 때문에 학습자의 능동적 학습활동을 기대할 수 없었다. 학습결과는 언제나 정상분포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한때는 교수학습 자료개발이 유행했는데 창의성을 높인다고 하면서 우리가 늘 사용했던 자료를 조립하는 선에서 그치고 말았다. 자료라는 것은 극히 상대적인 것이어서 자료가 있다고 하여 교육이 잘 되는 것은 아니었다. 교육은 고도의 정신작용이다. 실은 자료가 필요 없는 것이다. 스님이 벽을 보고도 득도를 하는 것처럼 진정한 공부는 자료가 필요 없다. 선생님이 필요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공자나 석가가 선생님이 있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그러니까 어설픈 자료는 교육목표를 오히려 흐리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어떻든 우리교육은 빠른 시간에 기능을 가르치는 집단교육의 늪에 빠져버린 것이다. 여기에 교육부에서는 일선 학교에서 불필요한 장학 방침이나 각종 연구학교를 만들어 교수·학습활동을 방해하여 왔다. 어떤 때에는 가만히 놔두어도 될 교육활동을 통째로 바꾸어 일선학교를 혼란에 빠뜨리기도 하였다. 그리고 교육의 근간을 흔드는 일을 서슴없이 하였다.
하나만 짚고 넘어가자면 방과후 교육활동이라는 것이 있다. 정규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은 또 공부를 해야 한다. 어린이들은 놀면서 성장한다. 아니 노는 것이 큰 공부다. 그런데 교실에다 몇 명을 넣어 놓고 한자를 가르치네, 영어를 가르치네 야단법석을 떨면서 교실을 감옥으로 만들고 있다. 우수한 교사가 있는 것도 아니다. 없애야 한다. 그리하여 여러 교육활동을 손질하여 학교교육을 불신하게 하고 학원교육이 잘되도록 부채질을 해왔다. 교실의 선생님과 학습자들은 제외하고 밖에서 정치인이나 권력자들이 교육을 개혁한다고 마음대로 이용해 온 결과다.
교수 쪽의 바깥은 비약적인 발전을 했지만, 학생들이 학습활동을 하면서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여러 영역의 개혁을 아주 등한히 하였다. 이제 선생님을 고발하고 머리채를 잡고 흔들기도 하며 학생이 때리라고 대들기도 한다. 교실은 난장판이 되어 버렸다. 모든 책임은 선생님이 지라고 하면서 권리와 위엄까지도 빼앗아 버렸다. 그리고 학생들의 학습활동과는 먼 일에 몰두한다.
우리교육, 선생님과 학습자들이 변하도록 개혁의 방향을 틀어야 한다. 쉽게 말하면 개혁의 중심에 선생님과 학생이 있어야 한다. 교과서를 줄이고 교육과정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그 학년에서 꼭 이수할 학습 내용을 이수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때문에 학년제 교육도 고려해야 한다. 교육평가 방법도 고쳐야 한다. 도덕교육의 내용을 일상생활에서 지켜야 할 내용으로 바꾸어야 한다. 선생님의 교육권도 회복해드려야 한다. 학습자들이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가면서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교수학습풍토를 시급히 복원해야 한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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