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중학교 동문들 20여명, 광주시교육청서 집회
오는 8월말 문 닫을 처지…“폐교 처분 취소” 요청
광주 명문중학교 재학생 20여명이 20일 오전 광주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명문중학교 등의 폐교 처분을 취소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이모(70) 할머니는 그토록 바랐던 만학도의 꿈을 이뤘다. 광주 남구에 위치한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 명문중학교에 입학한 것.
8살 때 아버지를 여읜 이 할머니는 집안 형편 때문에 6남매를 혼자 키운 어머니 밑에서 초등학교조차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
이 할머니는 “당시 친구들이 허리에 책보를 매고 학교에 다니는 것이 부러웠다”며 “학교에 다니고 싶은 마음은 세월이 흘러도 사그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토록 바라던 이 할머니의 꿈은 지난 2010년 5월 초등학교 검정고시에 합격한 뒤 다음해 명문중학교에 입학하면서 60년 만에 이뤄졌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올해 졸업반인 이 할머니는 모교인 명문중학교가 오는 8월 말로 문을 닫을 처지에 놓이게 돼 근심이 가득하다.
지난 2011년 8월 회계부정 등의 이유로 명문중학교에 대해 광주시교육청이 학력인정 허가를 취소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11월께 문을 연 지 1년 9개월여 만의 폐교 조치다. 또 광주 유일의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인 대신고등학교마저 같은 이유로 문을 닫을 수밖에 없어 이 할머니의 만학의 꿈은 2년여만에 꺾일 처지에 놓였다.
이 할머니는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명문중학교 동문들 20여명과 함께 20일 광주 서구 화정동 광주시교육청을 방문해 집회를 열고 ‘명문중학교 등의 폐교 처분을 취소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광주시교육청은 명백한 비리 행위가 입증된 명문중학교의 폐고 처분을 취소할 수 없다는 입장을 단호하게 밝혔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법원 1심과 2심에서도 폐교처분이 정당하다는 판결이 났다”며 “재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학교 폐교 시기를 연장하고 만학도들을 위해서는 북성중학교 부설 방송통신중학교와 오는 5월 학력인증을 할 수 있는 치평중학교 부설 문예교육 과정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교가 졸업을 앞둔 학생들에게 폐교를 이유로 2월 졸업식을 할 수도, 졸업장을 줄 수도 없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학생들을 이용해 폐교 처분을 취소하려는 행위가 절대 받아들여질리 없다. 졸업식은 물론 폐교도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에서는 사학비리 등에 대한 시교육청의 관리, 감독 소홀이 애꿎은 만학도들의 피해를 양산했다고 지적했다.
한 학교 관계자는 “명문중학교의 설립자가 업무상 횡령 등으로 폐교된 진명중학교 설립자의 남편이라는 이유로 인가 심의 과정에서도 회계부정 재발 방지책 등에 대해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며 “사학 비리와 감독 소홀 때문에 60~70세의 나이에 열정적으로 학업에만 매진했던 만학도들이 성취감을 박탈당하는 등 피해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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