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군축회의에서 북한 대표부 서기관 전용룡은 “한국의 변덕스러운 행동은 최종파괴(final destruction)를 불러올 뿐”이라며 핵 협박을 했다.
미국·영국 대사들은 군축 의제에서 완전히 탈선한 북의 협박은 “유엔 회원국에 대한 파괴 가능성을 언급한 표현으로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는 이제부터라도 보다 근본적이고 포괄적인 대책 마련을 통해 북핵문제 해결의 고삐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북핵문제 해결의 기회를 다시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이번 핵 협박은 핵무기가 ‘대미 방어용 자위 수단’이라고 해왔던 그들의 주장이 완전한 거짓이라는 뜻이다. 세계 전문가들은 오래전 북한의 이런 속셈을 간파했다. 북한 외교관의 실토처럼 북한이 핵폭탄 몇 개로 미국을 위협할 순 없다.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핵 모험을 하는 순간 북한은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우리의 비극은 대한민국과 국민도 북한과 동시에 파국적 피해를 면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북핵이 미국 안보에 실질적 위협이 되는 것은 그들이 핵무기 또는 핵 기술을 자기들과 같은 부류의 불량 국가나 테러 조직에 돈을 받고 파는 경우뿐이다.
피폐한 경제로 재래식 무기의 성능을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핵무기를 내세워 남북 간 격차를 메우려는 것이다. 우리가 북한 핵무기를 무력화할 자위적 대응책을 세워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북한이 핵무기로 군사적 정치적 이득을 노릴 수 있는 대상은 대한민국 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다음과 같은 ‘한반도형’ 비핵화 대책을 주문하고자 한다.
박 대통령은 첫째, 비핵화 전략에 있어 2·29 미북합의 (2012)를 부활시켜 북핵활동을 동결하고, 9·19 6자공동성명(2005)의 포괄적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둘째, 핵협상의 성과를 보장하기 위해 강화된 제재와 협상을 병행해야 한다. 일방적 봉쇄정책은 북핵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일방적 포용정책은 북한의 ‘시간벌기’에 이용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화된 제재체제를 유지하고, 구체적인 유인책을 제공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고 우리의 협상력을 강화시켜야 할 것이다.
셋째, 북한의 변화정책을 병행 추진해야 한다. 북한이 선군정치를 유지하고, 국제규범을 무시하며 주민을 희생시키는 체제를 유지하는 한 비핵화 가능성이 낮은 까닭이다. 따라서 북한의 개혁개방과 변화를 위한 관여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일언이폐지하면 남북 간에 대화의 창구를 열자는 것이다. 일단 남북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우리가 손을 놓고 있으면 북핵문제는 미·중의 관점에서 그들의 이해에 부합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될 게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금번 핵실험을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상 공을 우리 쪽에 넘긴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만큼 새 정부의 대응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제시한 한반도 신뢰구축 프로세스를 현실에 맞게 적응하는 것이다. 남북관계에서 ‘신뢰’란 시작이 아니라, 과정이며 목표이다. 남북대치와 불신의 현실인식을 출발점으로 하되 평화와 비핵화 비전에 대한 신념을 갖고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마련한 우리 국방력은 핵무기에 무기력하다. 이미 우리는 한반도에서 북한의 핵무기 독점체제가 갖는 위력을 절감하고 있다. 우리는 남 탓을 하기 전에 왜 북한의 핵무장을 막지 못했는지 먼저 자성해야 한다. 자성이 필요하다. 자성하고 우리가 나서야 한다.
창의적이고 대담한 우리의 안을 마련하고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외교를 통해 ‘비핵화의 틀’을 준비해야 한다. 새 정부 당국은 북핵 문제와 남북관계를 생각하며 대북정책의 첫 단추를 어떻게 꿸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중지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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