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대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국립현충원을 참배하고 대한민국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취임식을 갖고 5년 임기를 시작했다. 5년 단임 새 대통령 취임에 새 시대의 개막을 논하는 것은 과장일 수 있다. 하지만 신라시대 이후 첫 여성 통치자를 선택한 것만으로 역사에 새 이정표를 세웠다. 남녀 차별의 낡은 관습을 청산하지 못한 사회에서 민주적 절차로 여성 지도자를 고른 것은 후세가 더 높이 평가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취임한 25일은 이 땅의 남녀평등을 위한 위대한 날이 아닐 수 없다. 그를 지지한 유권자들, 특히 여성들은 새삼 자부심을 누릴 만하다. 따라서 우리 한국의 여성 대통령의 영향은 막대할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 어느 곳이든 여성을 가로막는 장벽은 허물어지거나 낮춰질 수밖에 없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박 대통령은 우리 사회를 위해 이미 큰일을 이뤘다. 정권 인수기간에 더러 주춤거렸지만 첫 여성 대통령의 상징성은 여전히 뚜렷하다. 우리는 이제 세상이 달라진 이치를 깨칠 법하다.
새 정부 5년의 국정비전과 목표를 집약한 취임사 제목은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습니다”이다. 박 대통령이 말하는 ‘희망의 새 시대’란 국민 개개인의 행복의 크기가 국력의 크기가 되고, 그 국력을 모든 국민이 함께 향유하는 시대이다.
우리는 6·25 폐허를 딛고 산업화를 이뤘고 권위주의 시대를 극복해 민주화를 성취했다. 지난 5년의 이명박 정부는 그 위에 선진화를 추구했지만 양극화 심화로 국민다수는 불행과 고통에 빠졌다. 국부(國富)는 커졌다 해도 국민 개개인의 살림과 행복지수는 오히려 나빠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박 대통령이 국민 모두가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을 시대적 소명으로 삼고, 여기에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다짐은 올바른 방향이라고 본다.
박 대통령은 이날 ‘희망의 새 시대’를 엮어갈 키워드로 경제부흥과 국민행복, 문화융성을 제시했다. 융합 및 IT산업을 토대로 한 창조경제와 경제 민주화를 통해 경제부흥을 이뤄가겠다는 게 박 대통령의 생각이다.
박 대통령은 국가 발전과 국민 행복이 선순환하는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정부와 국민이 서로 믿고 신뢰하면서 동반자의 길을 걸어가자고 호소하기도 했다. 깨끗하고 투명하며 유능한 정부로 국민의 신뢰를 얻겠다는 다짐은 바람직하다.
문화는 수원지와 같다. 수원지가 풍요로워야 논밭이 기름지고 온갖 곡식이 무럭무럭 자란다. 오늘의 미국은 경제력 발전을 통해 먼저 국가 발전의 기반을 마련했고 그 기반 위에서 군사적 대국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지금의 미국이 세계 최강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경제력과 군사력·외교력 덕분만은 아니다. 미국대학은 세계최고의 학문적 성과를 생산하고 있고, 수많은 자연과학·사회과학 연구소들은 인류의 지적 지평(地平)을 넓혀주는 연구 결과를 내놓고 있으며, 할리우드와 뉴욕에선 패션·영화·팝송 등 세계 젊은이들이 소비하고 모방하는 새로운 대중문화의 흐름을 끊임없이 창출해내고 있다.
그러나 우리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높은 성과를 거두려면 문화적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는 제조업 부문에서는 수출이 수입을 앞지르는 나라로 성장했지만 문화 부문에서는 여전히 수입이 수출을 몇십 배 초과하는 ‘문화 역조’의 나라다. 이런 문화적 역량으로 우리 산업이 얼마나 더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새정부 ‘문화 융성’은 빛고을 광주가 출발점이 돼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현안으로 ‘문화 융화’를 꼽아 국책사업인 광주 아시아 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박대통령이 강조한 ‘컬쳐 노믹스’와 가장 부합하는 현안이 문화전당 건립을 골자로 한 문화중심도시 조성이기 때문이다.
야당과 반대세력을 비롯한 국민도 나라의 앞날을 위해 이제 ‘성공한 대통령’이 절실히 필요한 때임을 인식해야 한다. 무엇보다 민생경제와 복지를 돌보고 향상시키는 현실의 과제를 넘어 우리 사회 전체의 밝은 미래를 준비하고 개척하는 비전을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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