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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칼럼>후지와라 세이가의 스승 |
2013년03월07일(Thu) |
| 안용호 논설위원(전 광주시교육청 장학담당장학관) |
임 진왜란에 참여한 가토 기요마사는 비록 전쟁에 패했지만 주군에게 바칠 많은 양의 문화재를 약탈해 깃발을 휘날리며 현해탄을 건너 본국으로 돌아간다. 왜군의 배에 실린 약탈품 가운데 국보·보물급의 책이 아주 많았다. 그 가운데 1512년 경주 부윤 이계복이 경상감사 안당의 간행허가를 받아 찍어낸 ‘삼국유사’가 포함됐고 이것은 애도막부의 초대 쇼군 도쿠가와 이에야스에게 상납된다.
도쿠가와는 애서가여서 장서각을 만들어 귀중한 책들을 보관했다. 5만권이 넘는 장서였다. 그가 죽자 역시 책을 좋아하는 아홉 번째 아들 요시나오가 삼국유사를 비롯한 중요한 책들을 물려받았다. 그 동안 천황에게 삼국유사를 빌려주기도 하고, 사서를 고용하면서까지 관리하여, 메이지 유신으로 막부가 막을 내리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도쿠가와 가문의 장서는 잘 보존돼 나고야 시립 ‘호사문고’의 모태가 됐다.
임진왜란 때 약탈도서로 인한 또 하나의 희극을 지면관계로 한 부분만 살펴보기로 한다. 1592년 4월 13일 부산포에 상륙한 왜군이 서울까지 가는 데는 17일 밖에 걸리지 않았다. 전쟁이 일어나자 선조는 심양으로 도망갈 궁리만 하고 명나라에 구원병을 요청하면서 우리나라를 합병해 달라고까지 한다. 아버지의 망발은 그렇다치고 전쟁의 참혹 속에 가토 기요마사에게 잡혀있던 선조의 장자 임해군은 살려만 주면 한강이남 땅은 어디든지 요구대로 떼어 주겠다고까지 했다. 자결을 해야 마땅함에도 구걸을 한 것이다.
왜군이 쳐들어와 약탈과 방화를 일삼으면서 여러 궁궐을 비롯하여 실록을 보관하고 있던 춘추관, 충주사고, 청주사고와 사찰, 향교 등도 모두 불타거나 파괴되었다. 간신히 남게 된 전주사고의 경우 안의와 손홍록 두 유생에 의거, 정음 내장산의 용암굴로 옮겨져 화마의 참변을 면했고, 창경궁 장서각에 보관되어 있던 적상산 사고의 실록은 6.25때 인민군에 의해 북한으로 이장되었다.
1592년 5월 21일에 성주에서 에게이와 모리데루모토에 의해 성주사고의 서적은 모두 약탈된다. 일본 절 도순지의 장서본에는 왜란 당시 영의정인 유성룡의 장서인이 찍힌 서적과 영의정을 지낸바 있는 홍언필이 국왕 중종으로부터 하사 받은 하사기가 있는 서적도 있다. 철저히 약탈해 간 증거이다. 호사문고본을 더 살펴보자. 호사문고에는 이백집, 자양문집이 있고, 대학연의와 동사속집 등의 여러 책에는 경남 창령 사람 신련의 호인 직재의 장서인이 찍혀 있다. 또 선조 때 좌의정 유홍, 참판 이우민, 민여임, 정대년 등의 서적도 있다.
경연의 비치본인 고려사절요, 병조의 비치본인 당태종이위공문대직해, 경상도 영산현감의 비치본인 시전대전, 전라도 광주목의 향교 비치본인 서전대전 등도 이 때 약탈당했다. 호사문고의 조선인 소장자의 면면만을 보더라도 그들의 약탈이 얼마나 철저했는지를 알 수 있다. 이렇게 약탈해간 서적은 모리문고, 세이가도문고 등 수많은 개인문고도 만들어 낸다.
호사문고에는 우리 서적 141종 1381책이 남아 있고, 고려왕조 34대 475년간의 역사를 수록한 고려사절요는 현존하는 유일본이 보관되어 있다. 1989년 일본 궁내청 서릉부에 보관된 ‘화랑세기’ 원문을 필사했으며 국내 서지학회가 일본 국내청 서릉부에 보관된 636종 4678책의 목록을 9년 전에 작성한 바 있다. 호사문고는 임진왜란 때 약탈하여 만들고, 국내청 서릉부의 책은 조선총독들이 약탈해 간 것들이다.
정리하면 삼국유사는 제국대학 강사 쓰보이 구메죠에 의해 조선침략을 뒷받침하는 이론화 작업의 일환이 되었고, 이마니시 류에 의해 조선 상고사를 말살하는데 활용된다. 그리고 일본이 근세주자학파의 효시적 개조로 자랑하는 후지와라 세이가는 임진왜란 때 약탈해간 서적이 그의 스승이 되었으며 그리고 강항을 만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일본은 지금 미쳐 버렸다. 다케시마의 날을 사실상 중앙정부 행사로 격상하고, 노래그룹까지 동원해 욕설과 비아냥으로 자료를 만들어 속을 뒤집어 놓는다. 그들은 우리에 의해 개화된 것을 잊으려 하는 듯하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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