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국을 보고 있자면 자칫하다가 전쟁을 다시 경험하게 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북한은 정전(停戰)협정을 백지화하고 남북 불가침 합의도 파기하겠다고 했다. 육·해·공이 총동원된 국가급 훈련을 한다고 한다. 전쟁 일시정지를 전쟁 다시 시작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뉴스며 토론이며 언론매체들은 북한 도발 가능성에 대해서만 다룰 정도다.
그런데 더 문제는 지금 전쟁이 터지면 제대로 대응 한번 못해보고 끝날 것이라는 거다. 남한은 정부 조직도 온전히 갖춰져 있지 않아 심각한 안보위기가 닥쳐오더라도 대응할 사령탑이 안정화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새 정부 100일이 5년을 좌우한다고 하는데 대통령 취임 2주가 지나도록 정비되지 않은 정부를 보고 있노라면 지금 같은 불안하고 답답한 마음이 앞으로 5년간 지속될까 두려움마저 든다.
나라별로 재난 상황이 있을 경우를 대비해 민방위 훈련을 한다. 일본의 경우 그 나라의 특성상 지진이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지진 대비훈련을 적극적으로 받는다. 그러한 재난 훈련 덕분인지 지진으로 인한 지난 원전 사고에도 세계인은 일본의 침착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재난 상황에 대한 대비 훈련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받고 있는 걸까. 민방위 훈련이 있다 치더라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신경을 쓸 것 같은가. 내가 알고 있던 민방위 훈련의 정의가 잘못됐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민방위 사이렌이 울려도 가던 길 마저 가고 하던 일 마저 한다. 우리나라 특성상 정전(停戰)중임에도 그저 소음으로 여길 뿐이다. 훈련에 대한 필요성을 갈수록 못 느끼는 듯 보였다.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에 필자는 궁금하여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전쟁나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뜬금없는 질문에 곰곰이 생각을 하더니 열에 아홉은 한참 후에야 라면이라도 사러 마트 간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글쎄, 생각해본 적 없는걸’ 이라는 뉘앙스를 풍기며 나온 대답이었다. 그게 끝이었다.
내 지역 급수시설은 어디에 있는지, 대피시설은 어디에 있는지도 알아볼 생각도 없어보였다.
전쟁이 다시 발발 하든 안하든, 다른 재난이 오든 안 오든 간에 재난 대비 훈련은 항상 구체적이고 긴장감을 가지고 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정부 조직법이 어떻든 북한의 ‘불바다’, ‘적진을 아예 벌초’ 발언이 어떠하든 간에 심각한 안보위기 속에 권력을 선점하기 위해 줄다리기 하는 정치권 세력과 힐링을 맛보기 위해 이번 주말에도 힐링 플레이스로 떠나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나라꼴이 이 모양인데 제정신을 갖고 사는지 한번만 돌아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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