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을 만들 줄 안다면 실탄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원전을 지을 줄 안다면 핵연료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핵연료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라늄 광산을 채굴에 품위가 높은 광석을 골라내는 선광, 선광한 광석에서 불순물을 없애는 정련, 정련한 우라늄 235의 비율을 높이는 농축, 농축한 우라늄을 원자로에 넣을 수 있는 모양으로 성형 가공하는 작업이 이어져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제작된 연료가 원자로에 장전돼 전기를 만들어 내게 된다.
핵연료를 원자로에 장전해 태우는 것은 연탄을 화덕에 넣고 태우는 것과 비슷하다. 다 타고 남은 연탄은 화덕에서 꺼낸다. 이와 마찬가지로 원자로 안에서 다 탄 핵연료도 꺼내야 한다. 원자로에서 타고 나온 핵연료를 사용 후 핵연료라고 한다. 금방 꺼낸 연탄재는 뜨겁다. 사용 후 핵연료도 매우 뜨겁다. 연탄재에는 다시 태울 수 있는 것이 남아 있지 않지만 사용 후 핵연료에는 다시 태울 수 있는 것이 많다.
우라늄 238이 중성자를 맞아서 변화돼 생겨난 플루토늄이 그것이다. 우라늄 235도 3분의 1이상이 분열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다. 재처리를 하려면 핵연료가 있어야 하고 핵연료는 농축을 통해 만들어지니 농축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우라늄 원광을 채굴해 선광-정련-농축-성형가공해서 핵연료를 만들고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 이 핵연료를 태운 후 나온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 해 다시 플루토늄을 얻은 과정을 핵연료주기라고 한다. 선광-정련-농축 핵연료의 성형가공까지는 선행주기에 해당하고 사용 후 핵연료의 재처리는 후행주기에 해당한다.
우리나라는 고리 1호기를 건설할 때부터 성형가공분야를 완성하는 핵연료 자주화를 검토하였다. 이 가운데 폭풍의 눈은 재처리다. 성형가공은 핵연료용으로 저 농축된 우라늄을 가공하는 것이라 핵무기 제조로는 사용할 수가 없다. 하지만 재처리는 플루토늄만 추출하는 것이어서 바로 핵무기 제조로 이어질 수 있다. 원자력연구소는 1975년 1월 프랑스 CERCA와 핵연료 성형가공 연구시설을 도입한다는 계약을 맺고 같은 해 4월에는 프랑스 SGN과 재처리시설 건설을 위한 기술용역과 공급계약을 체결하였다. 또한 이 시기에 벨기에로부터 혼합핵연료 가공시설을 도입하는 것도 추진하였다. 혼합핵연료는 재처리로 얻은 플루토늄을 이용해서 만드는 핵연료다. 이러한 우리나라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찬물을 끼얹은 것이 1974년 5월 18일의 인도의 핵실험이다. 인도의 핵실험으로 미국과 소련이 핵확산 금지조약을 강하게 밀고 나가면서 원자력 기술자립을 노리던 몇몇 나라가 난관에 봉착했다.
미국은 인도를 상대로 한 농축우라늄 공급을 중단시키고 이어 파키스탄이 프랑스에서 도입하려고 하던 재처리 기술 이전 협력과 브라질이 독일에서 도입하려던 농축 및 재처리기술 이전 협상도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프랑스에서 도입하려고 하던 핵연료 성형가공 연구시설과 재처리 연구시설의 도입과 벨기에로부터 가져오려고 한 혼합핵연료가공시설 도입도 미국에서 중단시키게 하였다. 박정희 대통령은 의리가 있는 사람이다. 미국의 반대로 재처리시설 도입이 무산 되었지만 그는 잊지 않고 프랑스에 보답하려고 했다. 울진 원전 1~2호기 공사를 프랑스에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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