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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존중 의식함양 |
2013년03월19일(Tue) |
| 김 용 하(논설위원·전 광주고등학교장·수필가) |
봄이 찾아 오고 있다. 봄이 되면 생명이 약동하고, 희망이 움터 온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봄철에 더 많은 생명 경시 사고가 일어난다고 한다. 바로 엊그제도 여러명의 젊은이들이 집단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인터넷 사이트등에서 만나 동반 자살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에는 부와 명예 등 모든 것을 다 가진 듯 싶은 톱스타 최진실씨 일가의 잇따른 자살등 최근 연이어 터진 자살사건들이 우리를 경악하게 하였다. 통계청 보고에 의하면, 2009년도에 매일 우리 국민 42명 (연간 1만541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놀라운 사실은 자살이 우리 국민의 네 번째 사망원인이며 우리나라 자살률이 10만명당 31명으로 OECD 국가 중 최상위에 속한다는 점이다. 지난 10~20년간 자살률 증가추이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최근 한국의 자살률이 세계 최고를 기록한 것은 우리사회의 어딘가에 심각한 질병이 걸려있음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나이 어린 청소년들의 극단적인 행동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청소년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자살을 생각해 본 청소년이 전체의 23.4%로 거의 4명중 1명이고, 14.4%는 실제로 자살을 시도해 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하였다.
요사이 우리사회가 수많은 사회갈등 요인과 부의 양극화등으로 어려움이 많다고는 하지만, 일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어서고, 사회 경제적 여건이 향상되어, 복지국가를 지향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극단적인 행동이 증가하는 까닭은 과연 무엇인가? 또한 오늘날의 국가적 화두중의 하나는 인권의 신장이다. 인권은 헬레니즘 시대 스토아 학파의 자연법 사상에서 유래하여, 모든 개인에게 보편적으로 해당하는 광범위한 가치들이 포함되어 있다.
인권이나 복지정책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는 생명의 존중과 보장이라고 생각할 때, 자살이라는 생명 경시현상을 어떤 특수한 운명의 자기결정권 정도의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여, 가볍게 대처하는 것은 을축 갑자와 같은 근본적인 오류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온 사회적으로 모든 문제에 앞서, 생명경시현상에 대한 철저한 원인의 분석과 맞춤식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본다. 사실 자살 원인을 단 하나의 사건이나 요인에서 찾기란 불가능하다. 자살은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나타나는 결과로 보인다. 우리사회는 지난 반세기동안 서양사회가 수백년 걸쳐 이룩한 근대화를 이루었다. 그 과정에서 초고속 압축 성장에 수반하는 사회문화적 중대한 문제를 초래했다.
우리가 추구해왔던 전통적 가치관의 급속한 변화와 혼돈, 물질만능주의, 과중한 경쟁에 따른 스트레스, 정서적 지지망 약화 (핵가족화와 이혼 증가), 생명존중사상 약화와 생명경시 풍조, 고령화 (준비 없는 새 세대), 여성의 역할증대에 따른 스트레스등이다. 그 중에서도 경제적 물질적 불균형에 따른 소외의식과 우발적인 충동을 감내하지 못하고, 생명을 경시하는 사회풍조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본다.
특히 아직 확고한 가치관이 정립되지 못하고, 신체발달과업상 질풍노도기를겪고 있는 청소년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야말로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아무리 교사나 학교당국이 사전교육과 상담을 실시하고 경찰등 관계기관에서 주의를 기울여 예방을 하려해도 쉬운 일이 아니다. 청소년들이 자기통제력이 부족하여 한순간에 충동적으로 일으키는 극단적인 사태는 전혀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을 제대로 구조할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을 내 놓아야 한다. 특히 연예인의 자살은 그 파괴력이 크다. 언론등에서 지나치게 사건을 부각시켜, 흥미 본위로 이슈화하는 것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모방 자살이 불러일으키는 ‘자살 도미노’ 즉 ‘베르테르 효과’가 우려된다.
정부와 언론, 종교, 교육기관등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온 국민을 대상으로 생명사랑캠페인을 전개하고, 자살예방상담, 유해사이트 모니터링 등 자살예방사업을 적극 추진하는 등의 범정부적이고 효율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자살등 극단적인 행동에는 정신적 장애, 성적부진에 따른 비관, 가정의 불화, 인터넷상의 폭력등 사회병리 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그 밑바닥에 깔린 가장 공통된 문제는 생명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데서 비롯된다고 본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방책은 정신적 지지대로서 가정의 기능을 되살리고 체계적인 자존(自尊)교육을 통해 생명경시의 풍조를 바로 잡는 일이다. 자신의 존재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소중한 존재라는 철학적 바탕을 갖게 하여야 할 인문학의 발달과 우대책을 강구해야할 것이다.
이로써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인 인간 사랑과 이를 실천하는 인권존중가치를 내면화하고, 이를 생활속에서 행동으로 표출하도록 유도하는 노력이 국가적 차원에서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국민소득이 높은 나라의행복지수가 오히려 낮다는 보고도 있는 것과 같이 아무리 경제적인 선진국가가 된다 할지라도 생명을 경시하는 풍토가 고쳐지지 않는다면 진정한 국리민복은 연목구어일 뿐이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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