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은행이 2006년부터 작년까지 3천89개 중소기업에 대해 대출 금리를 조작해 ‘바가지 금리’를 씌워 부당이득 181억원을 얻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은행은 거래 기업의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것 같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대출 약정을 맺을 때 합의한 금리를 바꾸지 못하게 돼있기 때문이다.
은행은 금리를 바꿔야 하는 사유가 생겨도 기업과 협의해 새 약정을 맺어야 한다. 그런데 모은행은 거래 회사와 사전 협의도 없이 기업들 모르게 내부 전산망을 조작해 대출금 가산 금리를 평균 1.27%씩 올렸다.
나중에 중소기업들이 금리가 오른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감히 항의하지 못할 것으로 여긴 듯하다. 불법 사채업자가 서민들 등쳐 먹는 거나 다름없는 범죄행위이고 ‘조직적 사기’다.
이 사건을 처음 적발한 금융감독원은 은행 본점이 지점들에 가산 금리를 올리라는 공문을 내려 보냈지만 구체적인 방법을 지시하거나 전산망 조작을 도와준 흔적을 확인하지 못했다.
그러나 많은 지점이 똑같은 방식으로 대출 금리를 조작한 걸 보면 본점이 조직적으로 범행에 개입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그게 사실이라면 국내 은행 역사에서 처음있는 중대 사태인 것이다.
검찰은 금리 조작을 주도한 주체가 누구인지, 은행 경영진이 대주주 모와 이 문제를 협의했는지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 아주 중대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은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대주주 모를 상대로 부당 이익을 환수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금융감독원 당국은 중소기업들에 몰래 ‘바가지 금리’를 씌운 모은행 수사 연구에 전심치지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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