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3월 26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천안함 용사 3주기 추모식’에서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과 위협을 스스로 내려놓고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변하는 것만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금 오히려 핵·미사일을 자기들의 체제를 지켜줄 신주 단지나 되는 것처럼 붙들고 거기에 기대서 대한민국을 위협하고 있다.
북한은 이날도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명의로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 본토와 남조선을 타격하게 될 전략 로케트 부대들과 모든 포병들을 1호 전투 근무태세에 진입시킨다”며 “우리 군대의 초강경 의지를 물리적 행동으로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의 29세 권력자 김정은은 22일부터 나흘 연속 군부대나 군 훈련에 얼굴을 내밀며 이런 도발의 앞장을 서고 있다.
천안함 폭침은 나라 전체에 큰 상처를 남겼다고 본다. 젊은 우리 장병 46명을 잃었을 뿐 아니라 국제 공동 조사단의 조사와 물증 등을 통해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임이 명백히 드러났는데도 이것을 부인하는 일부 정치인의 음모론 때문에 내부적으로 심각한 갈등을 겪었다.
그러면 북한은 왜 잠수정으로 천안함에 어뢰를 쏘았을까? 연평해전과 대청해전에서 보았듯이 북한은 이제 수상함만으로는 우리 해군과의 전투에서 ‘게임’이 안 되었다. 그래서 도둑고양이처럼 몰래 잠수정을 침투시켜 어뢰를 쏘고 달아난 것이다. 북한은 완전범죄를 노렸다. 하지만 북한이 쏜 어뢰 추진기는 북한제 DHT-02D로 판명되었다. 추진체 안에는 한글로 ‘1번’이라고 표기되어 있었다.
천안함 침몰의 가장 큰 원인은 잠수함을 식별하는 음탐기의 성능이 부실했기 때문이다. 1980년대 건조된 천안함급 초계함은 예산 부족으로 소형 음탐기를 운용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어뢰탐지장비는 원래 없었다. 문제는 천암함 폭침 후에도 한국 해군의 대잠전력이 획기적으로 발전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우리는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못 고친 격이 됐다.
적 잠수함을 잡는 데는 한·미 정보자산을 활용해 북한 잠수함정의 정보를 사전에 알아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천안함 폭침 때 이런 정보가 일선 부대까지 전달되지 못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여야가 북한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관해서는 이론이 있을 수 있고, 그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집권을 목표로 하는 정당이라면 실제 벌어진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인식을 달리해서도 안 되고 그 진실을 모호한 말로 얼버무려서도 안 된다.
여야 대표들이 이날 추모식에 참석했지만 통합진보당만 불참했다. 그 당의 대변인은 논평에서 천안함 폭침을 ‘사고’라고 불렀다. 민주통합당은 이날 그동안의 모호한 태도와는 달리 “북한은 지금이라도 천안함 폭침에 대해 사죄하라”며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임을 명확히 했다. 참 잘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천안함 용사들을 절대 잊지 않겠다”며 “안보 앞에서 여야가 나뉠 수 없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 위협 앞에서 국론을 모아야 할 책무가 있다. 박 대통령은 야당에 북한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대책을 서로 협의할 정도의 신뢰를 부여줘야 한다.
국방부는 지금이라도 구축함을 많이 건조해 배치해야 한다. 현재 우리 해군에 잠수함을 잡을 수 있는 수상함은 구축함 12척과 천안함 같은 오래된 전투함 30여척뿐이다. 이 같은 대잠 세력으로는 70여척의 북한 잠수함 공격에 속수무책이 되기 때문이다. S-3 대잠 항공기의 도입과 그에 따른 추가 인원을 확보해야 한다. 지금 운용 중인 P-3 대잠 항공기 16대로는 광대한 해역을 커버할 수 없는 까닭이다.
천안함 폭침후에 응징 보복을 하지 못한 것은 실수가 아니었나 싶다. 유엔헌장 51조에 명시된 대로 자위권 차원에서 강력한 보복을 했어야 마땅하다. 뒤늦게나마 국민이 안보현실을 인식하고, 국방당국이 실질적 대응체계 구축에 나서게 된 것은 다행한 일이다. 서해 해상과 도서방어 및 보복체제를 강화한 데 이어, 최근 ‘한미공동 국지도발대비계획’도 마련됐다.
북한이 국지도발을 감행할 경우 한국군이 즉각적인 1차 대응에 이어, 미군이 주일 전력까지 동원한 육·해·공 입체화력으로 한국군의 도발원점 및 지휘부 타격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종전 미군의 역할이 도발 및 확전 억제에서, 응징 적극개입으로 바뀌었다는 점에서 작전개념의 근본적 변화로 볼만하다. 이 모든 상황이 북한 스스로 자초한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우리는 북한에 핵을 포함한 모든 도발의지를 접고, 남북한 신뢰회복을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정착에 나서기를 다시한번 촉구한다. 계속되는 무모한 도발과 위협은 스스로의 입지를 더욱 좁히고 명운을 옥죄는 결과로 나타날 뿐임을 깨닫기 바란다.
조국수호에 고귀한 목숨을 바친 천안함 영웅들의 명복을 삼가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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