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고위공무원 등 고액의 공적연금을 받는 ‘부자 노인’들로부터 건강보험료를 징수하려던 정부 시책이 정작 각 부처 고위관료들의 비협조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보건복지부가 작년 6월 입법예고한 ‘국민건강보험법시행규칙 개정안’ 이야기다.
개정안은 연간 연금소득 4천만원을 초과하는 공무원과 군인, 사학연금 수령자 가운데 직장인 자녀의 피부양자로 등록돼 건보료를 내지 않던 사람들에게 앞으론 1인당 월 평균 18만4천원의 건보료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이다.
개정안 입법 예고 당시 해당자는 전직 고위공무원과 군 장성, 교수 등 약 2만2천명으로 전체 공적연금 수령자 중 4.7%를 차지했다.
하지만 개정안 시행은 그때부터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가 됐다. 보건복지부부터 각 부처와 고위관료들의 반발에 당초 작년 9월로 예정됐던 개정안 시행을 올해 초로 미뤘다.
규제개혁위원회는 한 술 더 떠 개정안 심의조차 끝없이 지연시켰다. 전 복지부 장관이 총리실에 직접 항의까지 했지만 “부처 합의가 미흡하다”느니,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느니 하면서 처리를 회피했다.
국방부는 퇴직 장성들을 의식한 듯 “공식적으로 반대할 수 밖에 없다”고 했고, 규제위원의 한 위원은 “나도 당사자라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실토했다고 한다.
“재직중 월급에서 건보료를 냈는데, 월급에서 뗀 연금에 건보료를 물리는 건 이중과세”라는 항변도 나온다. 하지만 이 모든 이견과 비협조가 전·현직 고위직들의 이기심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우여곡절 끝에 개정안이 3월 29일 규개위 회의 안건에 올라갔지만 반대분위기가 강해 통과가 어렵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는 국민 누구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규개위 당국은 정부의 공정경제 의지를 걸고 개정안 처리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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