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앞으로 5년간 추진할 일자리 창출 로드맵의 윤곽이 나왔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주말 업무보고에서 박 대통령 임기인 2017년까지 매년 47만6천개씩 모두 238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15∼64세 고용률을 70%까지 끌어 올리겠다고 밝혔다.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잡쉐어링)와 스펙 초월 채용시스템 구축, 비정규직 차별 근절 등 대선 공약의 이행계획도 관련 법안과 제도를 마련해 차질 없이 실천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스펙 초월 채용시스템’ 도입과 정년 60세 의무화 조항이다. 기업들이 취업에서 스펙을 중시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스펙 외에 마땅한 평가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가 밝힌 것처럼 ‘직무역량 평가모델’을 개발해 기업들에게 보급하게되면 취업희망자와 기업 모두의 부담을 더는 일이다.
또 열정과 잠재력 있는 청년을 선발해 전문가 멘토링을 받게 한 후 청년 인재은행에 등록시켜 기업 채용 담당자가 이들을 평가·채용하도록 하는 멘토 스쿨을 6월부터 시범운영한다고 밝혔다.
스펙 대신에 선발의 기준으로 삼게될 열정과 잠재력 역시도 애매모호한 개념이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관건이라고 하겠다.
의욕적인 고용정책과 달리 현실은 답답하리 만큼 꼬여 있다. 지난 1월 취업자 수는 20만1천명 증가에 그쳐 3년 만에 증가폭이 가장 작았다. 고용률 역시 0.3%포인트 하락한 57.4%에 머물렀다.
대기업들은 지난해 국내 설비투자를 줄이고 해외 투자를 늘려 쓸 만한 일자리가 오히려 줄어들었다. 유럽의 재정위기가 상존하고 환율전쟁으로 경제 환경이 나빠지고 있는데도 노사분규는 늘어나는 추세이다.
지금의 고용수준에서 그 비율을 70%로 올리려면 취업자 수를 440만 명가량 늘려야 한다. 말을 듣지 않는 기업에는 돈으로 보상하게 하는 ‘징벌적 금전보상제도’를 적용한다고 하나 이렇게 법이나 제도로 누른다 해서 없던 일자리가 생겨나지는 않을 것이다.
일자리 창출은 결국 기업이나 노조, 국민의 협조를 끌어내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 박 대통령의 리더십이 어느 때 보다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지금은 노·사·정이 한 마음으로 뭉쳐야 할 때이다. 이들 3자가 ‘할 수 있다’는 결연할 의지를 다져가며 이를 바탕으로 난관을 돌파하는 동력을 만들어내야 한다.
고용정책의 추진과는 별도로 대기업과 노조 대표들을 만나 서로의 입장 차이를 조율하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합일점을 찾아내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어떤 고통도 분담하고 감내할 수 있도록 노동자와 국민을 설득하는 일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박대통령에게는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 못지않게 노·사·정의 대타협을 도출해내는 게 중요하다. 우리에게는 성공을 거둔 사례가 있다. 지난 2009년 노·사에 시민단체, 종교계까지 참여해 고통 분담을 약속하며 일자리를 지켜냈다.
대통령이 앞장서 진정성을 보이면 노사정위를 탈퇴한 민주노총과 함께 온 국민의 마음을 움직여 성공적인 고용정책을 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이 고용노동부 업무보고를 지금까지처럼 청와대가 아니라 서울고용센터에서 받은 것부터가 일자리 창출의 심각성을 반영한다. 국민들의 관심사는 ‘일자리 ○○만 개 만들기’와 같이 자칫 숫자놀음으로 흐르기 쉬운 국정 목표가 아니라 현실감 있는 실행 방안들이다.
고용노동부는 발표한 일자리 창출 방안들이 보고용에 그치지 않도록 구체적이고 확실한 로드맵을 수립해 실현에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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