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인터넷에 논란이 되고 있는 사진이 있다. 대한민국 대학생들의 욱일승천기 배경으로 남녀 학생 7명이 중앙에 서 있는 한 남학생을 향해 나치식 거수경례를 하는 사진을 올려놓은 사건이 발단이 되었다. 일본 제국주의의 최대 피해자 중 한곳인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일이다.
논란이 된 이번 사건의 배경으로 사용된 욱일승천기는 1870년 태양에서 빛이 퍼져나가는 형태로 일본이 세계를 지배하겠다는 야욕이 담겨져 있으며 과거 전 세계를 지배하려던 나치의 하켄크로이츠와 같은 뜻이다. 일본 제국주의와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일제치하 45년간 포악한 무력정치로 한민족말살정책을 펼쳤으며, 마루타, 위안부할머니 등 잔인한 방법으로 고통과 희생을 강요받았던 시대를 함축적으로 의미하고 있는 상징물이다.
이런 극악한 역사를 담은 상징물이기 때문에 1945년 일본이 제 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하면서 욱일승천기의 사용은 금지되었지만 이를 비웃듯 일본 해상자위대가 1952년부터 옛 일본 해군이 사용했던 16줄기 햇살의 욱일기를 군기(軍旗)로 제정하면서 다시 사용하게 되었고 오늘날에는 일본 육상자위대도 8줄기 햇살의 욱일기를 군기로 사용하고 있다.
일본의 식민지 하에 극심한 피해를 봤던 동북아시아 국가들은 여전히 일본 제국주의와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승천기의 게양이나 노출을 철저히 금지하고 있지만 일본 극우파들의 시위 때나 스포츠 경기 응원단 및 문화 컨텐츠로 자주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고통의 시대에 대한 반성이나 미안한 기색은 찾아볼 수 없는 일본 극우 단체에 분노가 느껴지지만 이에 못지않게 역사 인식이 결여되어 있어 일본의 제국주의 상징을 찬양하고, 따라하는 대한민국 학생들의 무지함에 더 큰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얼마 전에는 일부 연예인들이 욱일승천기가 그려진 옷을 입고 방송에 출연해 따라하고 싶은 패션 아이템으로 등극하는 등 어이없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하였다.
이는 근현대사의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은 결과물이다. 역사의식이 사라져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욱일승천기가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과거에 대한 올바른 앎이 현재를 살아감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아야 한다. 올바른 역사의 중요성은 어제 오늘이 아니다. 역사의 왜곡된 인식 주입 및 정보 부족으로 고통의 세월을 없었던 일인 것 마냥 할 수 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수능시험에 시달리는 학생들에게 한과목이라도 더 줄여 잠을 덜어 주고, 국사를 가르치면 국수주의적인 사고방식을 길러주게 되어 세계화에 역행한다는 이유로 선택과목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자국의 역사를 이렇게 홀대하는 나라가 또 어디 있을까
이는 필수 과목에서 선택과목으로 바뀌었다는 것으로 단순하게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뼈아픈 과거에 대한 기억마저 묻어버리며, 정체성마저 모호하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본바탕에 흐르는 정체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일에 점차 소홀해 지고 있다는 것은 그 나라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국가의 위기가 왔을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정체성이다. 그리고 그 정체성을 확립시키고자 할 때 가장 중요하게 꼽는 것은 그 나라의 말과 역사다.
뿌리 깊은 남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나라가 풍요롭고 강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를 이루었던 역사의 뿌리가 단단히 지탱을 해줘야 한다. 하지만 지금껏 제대로 된 국사 교육이 전혀 없었나 보다. 그렇기 때문에 국사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고 그저 수능과목 줄이고자 없앴다던 고위공직자가 생긴 게 아닐까. 이렇게 지속된다면 독도도 일본 땅, 욱일승천기는 찬양의 대상 등 일본이 원하는 대로 그리고 주변국이 원하는 대로 역사는 재창조 되지 않을까.
정부자체의 역사관이 이정도 수준이기 때문에 젊은 세대들의 철없는 행동이 서슴치 않고 행해진다. 시대의 피해자들은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처에 아파하고 있다. 이들의 상처를 치유해주고 이런 비극이 다시 오지 않도록 제대로 된 역사의 배움이 필요하다.
적어도 피해자들의 분노의 상징물이 다음세대의 놀이문화로 변질되는 사태는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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