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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칼럼>선비 되게 살기 |
2013년04월04일(Thu) |
| 안용호 논설위원(전 광주시교육청 장학담당장학관) |
영국에 신사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선비가 있다. 선비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라 덕을 갖추어야 한다. 선비가 갖추어야 할 덕목은 많이 있지만 대표적인 것은 청렴, 근검, 후덕, 성경, 인의 등이 있다. 뒤돌아보면서 노력했지만 선비에 가까이 가려고 노력하지 못했음을 후회하게 된다.
필자는 어렸을 때는 아버지로부터 효를 배웠다. 아버지는 밖에 나가실 때는 반드시 할아버지께 고하고 나가셨다. 돌아오실 때는 방을 열고 다녀왔다고 꼭 말씀을 드렸다. 저녁때에는 누워계시는 할아버지의 이불 밑에 손을 넣어보고는 춥냐고 여쭈어 보신 후 방이 차면 뒷산에 가셔서 생소나무를 잘라 오셔서 불을 때 드렸다.
홍어를 잡수고 싶어 하시는 할아버지를 위해 16Km 떨어진 함평 장까지 걸어가셔서 홍어를 사오셨다. 더 먼 영광 장까지 가서는 조기를 사 오시기도 하였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말씀을 하시면 안 된다는 말은 한 번도 하지 않으셨다. 언제나 예, 예였다. 소학을 그대로 실천하신 것이다. 해서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체화되었다. ‘효는 백행의 근본’이라는 말을 교장이 되어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남에게 베풀고 나누어주는 후덕함은 할머니에게서 배웠다. 우리 집은 우리 마을에서 잘사는 집이 아니었다. 그런데 과객이 지나면서 하루 밤 자고 갈 수 없냐고 물어보면 우리 집을 가리키면서 송암댁네 집으로 가라고 누구나 말씀하셨다. 과객이 집에 오면 우리 식구와 똑같이 대하였으며 담배도 주고 자고 갈 때는 노자까지 줄 때도 있었다.
주는 것을 낙으로 삼으셨다. 다만 과객과 같이 잤던 할머니와 나는 곤욕을 치루곤 하였다. 물컷을 몽땅 퍼뜨리고 갔기 때문이다. 할머니의 공덕을 쌓는 일과 나누어 주는 일은 도를 넘는 일이었다. 자연스레 다른 사람에게 그렇게 베푸는 것이라는 것을 배우며 살았다.
학덕을 갖추는 데는 아주 오랜 세월이 필요했다. 중학교 때 선생님께서 몽테크리스토 백작이라는 책을 주시면서 읽어보라고 하셨다. 하룻밤에 다 읽고 너무 재미있어서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지적 호기심이 자극되었다. 그리고 지난한 공부를 위한 고난의 서막이 시작되었다. 더 직접적인 원인은 우리 집 뒤에 사시던 만현 스님의 영향이 컸다고 생각된다. 스님은 내가 고민할 때마다 조언과 모범을 보여주셨다.
대학을 그만두고 집에서 독학을 하시던 스님은 여름밤에 마당에 모깃불을 피워 놓고 덕석 위에 앉아서 고구마를 먹으면서 별자리 여행에서부터 우주에 대한 이야기, 불교에 대한 이야기 등 끝이 없이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만현 스님과 선생님의 독서로 불붙은 나의 향학열은 식을 줄을 몰랐다. 고등학교로 진학을 하였고, 교육대학을 갔으며, 우리 가정 형편으로는 불가능한 일을 하나하나 해 나갔다. 통신 대학을 둘이나 다니고 대학원까지 노크하였다. 이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사서삼경을 배우기로 하고 서당을 노크하였다. 논어와 맹자는 너무 어려웠다. 10년 전에만 시작했어도 좋았을 것이라는 나의 푸념에 선생님은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하신다. 모르는 것이 너무 많은데 놀랐고 선생님의 설명을 듣는 것이 싫지 않을 뿐이다.
청렴은 살아오면서 배운 것 같다. 아니 어머니에게서 배운 것이 아주 많다. 어머니는 남의 것을 가져오거나 훔치는 것을 제일 싫어하셨다. 물건을 빌려오면 곧 가져다 주라고 하셨다. 우리 집에 놔두는 법이 없었다. 어려서 고구마를 가지고 온다든가 오이를 얻어 오면 꼬치꼬치 물으신 후 가져오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깨끗함과 정직함이 그렇게 마음 편하고 좋다는 것을 느끼면서 살아왔다. 황희 정승이 비가 오니까 방에서 우산을 받치고 있으면서 마누라의 투정에 우산도 없는 사람이 있다는 여유를 부리는 것이 참 좋았다. 퇴임을 맞아 관복 한 벌 밖에 없었다는 유성룡이 존경스러웠다. 만병의 근원은 욕심에서 생긴다. 깨끗함은 선비가 갖추어야 할 꼭 필요한 덕목인 것이다.
근검정신은 우리집 문화에서 배웠지만 책에서 자극받은 바도 크다. 우리 궁궐의 이름이 근정전인데 ‘부지런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지성무식이라고 정성을 다하고 부지런하면 못 이룰 것이 없을 것이다.
몇 덕목을 가지고 살펴보니 ‘선비 근처에도 못 갔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 덕을 실천함에 밝고, 옳고, 크고, 착하고, 빛나고, 아름답고, 따스하고, 부드러운 마음씨를 갖도록 최선을 다하고, 실천하도록 더 노력해야겠다. 책을 더 많이 읽고, 조상님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며, 나눔과 배풂에 더 노력해야겠다. 욕심을 버리고….[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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