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게 3대에 걸쳐 김일성 일가에 세습되고 있다. 따라서 북한정권은 인민공화국이 아닌 봉건전제국가라고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싶다.
북은 인권문제도 국제사회의 중대한 관심사다. 유엔 인권 이사회는 지난달 21일 북한인권조사기구 설치를 골자로 하는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했다. 1990년대 중반의 대기근으로 시작된 북한의 인권탄압은 악순환의 연속이다. 먹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을 이탈하는 주민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다 보니 사람의 가장 기본적 권리인 주거이동의 자유마저 제한하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이를 위반하면 반국가범죄자로 다스려 공개처형 등과 같은 반인륜적 형벌을 부과하고 있다.
미국은 해군이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해상 레이더기지와 첨단구축함을 잇따라 한반도에 가까운 해역으로 이동시켰다고 1일 알려왔다. 전략폭격기 B-52, 스텔스 폭격기 B-2, 공군 최강 전투기 F-22 등을 한반도에 투입한 데 이은 미국의 전방위적 대북압박 조치로 해석된다.
하지만 북한은 지난달 31일과 이달 1일 노동당 중앙위 전원 회의와 최고 인민회의를 잇따라 열어 ‘경제 건설과 핵 무력 건설의 병진 노선’을 채택했다. 북은 이 회의에서 ‘자위적 핵보유국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한데 대한 법’이라는 희한한 이름의 법을 만들었다. 이 법은 2항에서 “조선의 핵무력은 침략의 본거지에 대한 섬멸적인 보복 타격을 하는 데 복무한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핵 보검을 더욱 억세게 틀어쥐었다”고 했다. 김정은의 핵 집착증은 북한 원자력총국이 2일 2007년 6자회담 합의에 따라 폐쇄했던 평안북도 영변의 5MW 흑연 감속 원자로를 비롯한 모든 핵 시설을 재가동하겠다고 발표한 데서도 드러났다.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1일 2002년 식량 배급의 단계적 축소화 기업 독립채산제, 노동 인센티브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7·1조치’를 주도했던 박봉주를 내각 총리에 임명했다. 김정일이 개혁·개방을 통해 경제부흥을 이룬 중국을 시찰하고 나서 그것을 본받겠다고 도입한 7·1조치는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황색바람(자본주의 풍조)’을 불러일으켰다는 내부 반발에 밀려 좌초됐다.
그러자 김정일은 박봉주에게 그 책임을 지워 2007년 평남 순천비날론연합기업소 지배인으로 강등했다. 김정은이 이 박봉주를 총리로 다시 불러들인 것은 경제난을 이대로 방치하다간 자신의 권력도 위험해질 거라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한 손으로 핵무기를 끌어안고 다른 손으로 경제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은 완전한 망상이다. 북한은 주민들에게 “핵무기를 가지고 있으면 국방비를 늘리지 않고도 경제 건설에 힘을 집중할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세계 최빈국으로 굴러 떨어진 가장 큰 이유는 경제 건설로 돌려야 할 돈을 핵과 미사일 개발에 쏟아붓고 각종 도발을 저질러 경제 고립을 자초했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한 편집증은 금년에만 벌써 두 차례 유엔제재를 불렀다. 북한이 핵을 놓지 않는 한 경제 건설에 필수적인 외부 지원을 받을 길은 열리지 않을 것이다.
지난달 30일 남북관계가 전시 상황에 돌입했다고 선언한 북한은 급기야 개성공단 폐쇄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우리 언론이 ‘북한은 외화 수입의 원천인 개성공단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라고 보도한 것을 두고 “공화국(북한)의 존엄을 모독했다”고 발끈했다. 북한은 “남반부(한국) 중소기업의 경제가 달렸고 그들의 기업이 파산되고 실업자로 전락할 처지를 고려해 극히 자제하는 것”이라고 강변했다.
2일 개성공단기업협회는 모임을 갖고 소모적 정치논쟁을 자제해 달라고 촉구했다. 남북의 군사적 대치상황 때마다 존폐문제가 거론되는 상황을 근본적으로 개선해 기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환경을 조성해 달라는 호소인 것이다.
북이든 남이든 개성공단을 흔들지 말아야 한다. 개성공단은 북한에 시장경제의 가치를 전파하고 북한 주민과의 직접 접촉을 통해 남북 화해와 협력을 열어가는 소통의 장이 되기 때문이다. 일방적으로 현금을 건네주는 금강산 관광과는 차원이 다른 남북협력의 모델이라 하겠다.
박근혜 대통령은 통행·통관·통신 등 3통 문제를 해결하고 공동 브랜드를 활성화하는 등 개성공단 국제화의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비핵화 노력과 대북 억제력 강화에도 불구하고 자유로운 민간 교류와 인도적 지원은 계속하겠다는 ‘투 트랙’ 접근법에 다른 것이다.
군 통신수단을 차단한 채 개성공단을 운영하는 건 비정상적이다. 북한은 남북 모두의 이익이 걸린 개성공단을 위해서라도 대남 위협을 중단해야 한다. 우리는 북한에 핵을 포함한 모든 도발의지를 접고, 남북한 신뢰회복을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정착에 나서기를 촉구한다. 계속되는 무모한 도발과 위협은 스스로의 입지를 좁히고 명운을 옥죄는 결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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