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강성 노조의 대표주자였던 한국바스프 여수공장 노조가 올해 임금 동결을 결의했다. 그것도 회사 측에 먼저 동결을 제안했다. 지난해 1300억원의 순이익을 내 임금을 올려 달라고 주장할 명분도 있었는데 말이다. 2004년 9일 동안 전면 파업을 한 민주노총 산하의 바로 그 노조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바스프 본사가 지난해 중국에 똑같은 공장을 세운 데다 최근 군산공장을 폐쇄키로 한 것이 노조에 위기감으로 작용했다고 한다. 노조위원장은 “위기를 준비하고 변화에 동참하는 것이 노사 공동 번영의 길”이라고 말했다. 백번 맞는 말이다. 코오롱.GS칼텍스.LG필립스LCD.한일합섬 노조도 올 들어 임금 동결 대열에 동참했다. 코오롱은 64일, GS칼텍스는 20일간 극렬 파업을 했던 왕년의 강성 노조들이다.
노조가 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다행스럽다. 우리 경제는 노사분규를 견뎌낼 여력이 없는 절박한 처지다. 지난해 상장 541개사의 순이익은 전년보다 10%나 줄었다. ‘3년 뒤 무엇으로 먹고살지 막연하다’는 회사가 53%에 달한다는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도 있다. 사정이 이런 데도 노조가 자기 밥그릇만 챙기면 희망이 없다. 국민도 등을 돌릴 것이다.
또한 치열한 국제경쟁과 중국의 싼 임금 공세에서 살아남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기업뿐 아니라 노조도 비전과 책임의식을 갖고 회사의 존립과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그래야 노사가 공존·공영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국내 기업까지도 새로운 초원을 찾아 떠나는 사슴이 될 수 있다.
기업을 볼모로 잡고 철밥통 챙기기에 골몰하는 전투적 노조는 글로벌 시대의 노동운동이 무엇을 지향해야 할지 한국바스프 여수공장에서 배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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