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국회를 통과한 기초노령연금법안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백번 생각해도 옳은 판단이다.
모법안이라 할 수 있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부결된 채 통과된 반쪽짜리 기초노령연금법안은 당연히 폐기돼야 한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아울러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정도로 임기 내에 국민연금 개혁을 완성하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 표현이 참으로 반갑다.
사실 부결된 정부 개정안 역시 완전한 것이 아니었다. 연금 고갈 시한을 2047년에서 2065년으로 늦춰 본격적인 개혁을 위한 시간을 버는 데 더 큰 의미가 있었다. 그만큼 국민연금 개혁은 급박하고 중차대한 문제인 것이다.
그런데도 국회가 쓸모없는 표 대결로 이를 부결시켜 버리고 노인 표를 겨냥해 재정 부담만 가중할 기초노령연금법안만 통과시킨 것은 후안무치한 인기영합주의(포퓰리즘)의 전형이다. 일각의 얘기대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한 정치권의 반감이 연금 개혁의 걸림돌이 되고 있으며 유 장관의 사의 표명이 그 때문이라면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따지고 보면 부결된 개혁안과 한나라.민주노동당의 수정안 내용이 크게 다르지도 않다. 재정 안정화 필요성에 공감하고 후세대의 부담을 걱정한다면 얼마든지 여야는 물론 노사, 가입자 단체들이 모두 합의한 개혁안을 만들 수 있다. 정치권은 대통령이 행사할 거부권을 받아들이고 합의를 통해 국민연금 개혁안을 처리하라. 노력한다면 이달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매일 잠재적 부채가 800억원씩 늘어나는 구조여서 2047년이 되면 기금적립금은 완전 바닥나기 때문이다. 해야 할 것은 많고 시간은 없다는 걸 정치권은 명심하라!
앞으로 기대할 곳은 대선 후보밖에 없다. 진정으로 나라를 걱정하고 책임질 후보라면 발등의 불로 다가온 국가의 중대사를 건너 산불로 보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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