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년간 우리 한국과 국제사회는 북한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총력을 경주했다. 제재를 가했고, 포용도 시도했고, 6자회담도 열었다. 하지만 결국 북한은 핵을 보유한 나라가 됐다. 20대 김정은이 새 지도자로 등장했을 때 세계는 북한 체제가 바뀔 가능성에 대해 잠시 기대를 했다. 그러나 김정은은 오히려 호전적인 언행과 초강경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북한은 “4월 10일 이후에는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며 평양 주재 24개국 대사들을 불러 철수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사정거리 3천∼4천km인 무수단 탄도미사일 2기를 이동식 발사대에 실어 동해안으로 이동시켰다. 김장수 청와대 안보실장은 북한이 이 미사일을 10일부터 수일내에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북한은 개성공단으로 들어가려는 우리측 근로자들에게 입경을 불허했다. 북한은 우리측 개성공단 관계자들이 개성공단을 나와 남측으로 돌아가는 것만 허용했다. 모든 업체가 가동을 중단했다. 개성공단은 잠정 폐쇄된 것이다. 이러한 북한의 행동은 심상치 않다.
북한은 한국과 미국을 겨냥한 무력도발을 기도할 것인가, 아니면 이번에도 한미의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벼랑끝 전술을 구사하는 것인가.
국가 안보에 대해서는 항상 최악의 사태까지 대비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북한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모든 유형의 도발에 대비하는 유비무환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정부와 군은 섣불리 예단하지 말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 한시라도 긴장을 늦춰서는 안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12일 청와대에서 문회상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와 만찬 회동을 가졌다. 박 대통령은 앞서 9일 새누리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저녁을 함께했고 10일에는 국회의장단과 오찬을 했다.
박 대통령이 취임 후 야당 지도부를 별도로 만난 것은 처음이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10일 당 회의에서 “안보와 민생 문제에서 박근혜 정부와 적극 공조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를 각각 청와대로 초청해 현 안보 위기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은 옳은 결정이다. 민주당이 대통령의 회동을 즉각 받아들인 것 역시 적절했다.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를 밀어붙인 데는 남남(南南) 갈등을 일으키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북한은 일부 친야(親野) 단체에 반미(反美)·반정부 투쟁을 선동하는 격문을 팩스로 보내기도 했다.
우리 한국의 내부에 작은 틈새라도 보이면 북한의 도발 수의는 더 높아질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과 여야가 단합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새뮤얼 라클리어 미국 태평양사령관은 9일 “김일성·김정일은 미국 등이 양보할 뜻을 보이면 충돌에서 벗어날 출구를 확실히 갖고 있었지만 김정은은 그런 수단을 갖고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며 “김정은은 도발에 계속 집중하는 성급한 젊은 지도자라서 오판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최근 외국에서 ‘코리아디스카운트’ 현상이 일고 있는 것은 성급하고 종잡을 수 없는 행동을 보이는 ‘김정은 변수’ 때문이다.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의 사망 1주기(12월 17일)와 생일(2월 16일)을 앞두고 기념적 성격의 로켓 발사와 핵실험을 단행했다. 북한이 4월 10일을 언급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김일성의 101회 생일인 15일 무렵에 무수단 미사일을 시범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미국령 괌까지 타격할 수 있는 무수단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주변국에 미칠 충격은 상당히 클 수 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이 도발하면 정치적 고려없이 강력하게 대응하라”고 우리 군에 지시했다. 미국은 핵잠수함, B-52와 B-2 전략폭격기를 한반도에 보내고 탄도미사일 탐지 전용 레이더 SBX-1을 서태평양에 배치하면서 북한 도발을 저지하기 위해 전례 없이 강력한 무력시위를 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군사 행동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시진핑 시대의 중국은 북한의 도발을 무조건 감싸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압박을 통해 북한의 도발을 저지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 길을 택해야 한다. 12일부터 시작된 존 캐리 미국 국무장관의 한·중·일 순방은 북한에 경고를 보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 카드를 꺼낸 것은 민심이 남한으로 쏠리는 것이 수천만 달러보다 더 급하기 때문이다. 김정은 정권은 중국식 개혁·개방으로 북한을 바꾸기보다 아버지 김정일식대로 선군(先軍) 총대를 메는 것만이 권력을 유지해 줄 것으로 믿고 있다. 이번에 그것이 더욱 명확해진 것뿐이다.
우리는 북에 도발 구실을 주지 않고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그러면 북한은 결국 자기들의 전략을 되돌아보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는 자멸의 길로 가는 북한의 도발에 철저히 대비하면서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걸어올 때를 준비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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