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완연한 봄을 맞이하고 있다. 연초록이 땅에서 물씬물씬 힘을 내어 올라오는 것을 보면서 올해는 어떤 일들이 있을까, 숨을 죽이며 초록의 잎들에게 인사를 건네 본다.
야생화 이파리 하나에 소망하나를 심어 머지않아 맺을 꽃잎까지 봄으로 가득 찬 희망이 설레임으로 열린다. 잔가지에 꽃눈이 생기는가 싶더니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눈처럼 가슴에 휘날이며 다가온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하나 둘 지고 있다.
또 다른 꽃잎들이 나의 삶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키며 다가왔다. 몇 해 전 받아둔 난분에서 꽃대가 올라왔었다. 꽃대를 보는 순간 너무나 미안한 마음에 그가 가졌을 인고의 시간들을 생각해 보았다. 그 꽃을 피우기 위해 얼마나 힘을 들였을까. 물을 주는 것을 제외하곤 어떤 것도 하지 않았다. 아름다운 꽃과 향기가 피어있는 동안 난 내내 미안한 마음으로 애처로이 쳐다만 보았다. 그렇게 올해의 봄은 이어가고 있다.
각자 다른 마음으로 새해를 열고 봄을 맞이하고 계절의 순환을 느끼겠지만 항상 봄은 아름답다. 땅 밑에서 어김없이 올라오는 새순이며 요동치는 소리들이 세상을 향한 힘찬 발걸음인 것 같아 세상을 향한 걸음을 한번 더 강하게 뻗어도 본다.
겨우내 감싸안고 있어 주었던 대지에 감사하듯 나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에도 눈길을 다시 돌려 행여 불만했던 것들은 가슴으로 진정시키고 땅을 들어올리는 기운으로 나의 삶을 껴안아 본다.
나의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나의 전 시간을 보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삶을 위해, 나와 관계되어진 사람들을 위해 나는 어떤 불평을 하고 어떤 감사를 하는가.
지금의 나는 그들로 인해 만들어졌는데, 그들로 인해 단련되어지고 지금도 그들로 인해 가슴 아프고 기쁘고 행복해 하는데 과연 얼마나 많이 그 여건에 감사했는가를 생각해 본다. 난들이 그렇게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나에게 기쁨을 준 것처럼 조금 씩 조금 씩 이 봄에 나누어야겠다.
난 꽃이 시들고 언젠가 다시 꽃들을 보여 주지 않는다 하여도 꽃이 준 감격을 지울 수 없듯이 나의 작고 조그만 배려들이 주위 사람들에게 난 꽃들처럼 그런 감격은 아닐지라도 희망이 되어 지길 바래 본다. 눈 들어 한 번 하늘을 볼 적마다 햇볕의 따스함으로, 봄 볕 같은, 난 꽃 같은 사람이 되어보자고 다짐의 바램을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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