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부조리함을 만드는 것 중 하나는 삐뚤어진 갑(甲)·을(乙) 관계가 한몫을 한다. 기본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경제발전은 이런 사회현상을 발생하게 하였다. 이 문제가 곪고 곪아 이제는 묵인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라면을 제대로 끓이지 못했다며 비행기 여승무원에게 폭언과 폭행을 한 ‘라면상무’ 사건을 시작으로 호텔 현관에 세워둔 차를 빼달라던 호텔 직원을 폭행한 중소기업 제빵회사 회장의 ‘빵회장’ 사건, 상품밀어내기 과정 중 갖은 욕설과 협박을 했던 N사와 대리점주간의 ‘조폭우유’ 사건 등으로 지금 이 사회의 삐뚤어진 갑을관계가 대수롭지 않게 사회 곳곳에 널려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런 사건들은 여론의 공분을 사게 되었고 이는 일반인은 미처 알지 못했던, 혹은 알고 있어도 묵인할 수밖에 없었던 불합리한 사회의 모습을 수면위로 떠오르게 하는 신호탄이 되었다.
원래 갑(甲)과 을(乙)은 계약관계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갑은 결코 을보다 실력이 뛰어나서도, 경험이 많아서도, 인간적으로 성숙해서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관계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잠시 우위를 가질 뿐, 갑·을은 양자가 합의한 계약내용을 이행하는 대등한 주체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상명하복의 불평등한 사회적 관계를 일컫는 말로 더 널리 쓰이고 있다.
이러한 관계 속에 웃지 못할 갑을관계도 형성이 되었다. 대표적인 슈퍼 갑으로 불렸던 국회의원의 을(乙)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또 다른 시각의 갑을 관계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새누리당 의원의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다.
이는 전국적으로 발생하는 어린이집의 잇단 아동폭행과 부정행위들로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던 어린이집을 감시감독을 강화하는 취지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품위생감시원’처럼 세금 지원이 많은 어린이집을 감독하는 공무원에게도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자는 법안이다.
하지만 절대적 수퍼갑 인줄 알았던 국회의원들을 조직력을 앞세운 압력으로 굴복시켰다. 그렇다고 원조 수퍼갑 국회의원이 안쓰럽다는 게 아니다.
이득은 조직력을 앞세운 이해집단이 보고, 국회의원은 신념을 잃고 이해집단의 압력에서는 벗어나지만, 일반 국민은 피해만 본다. 이런 악순환은 그저 똘똘 뭉친 이해집단의 조직력은 원조 수퍼갑 국회의원들마저 신념을 버리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것을 또 한 번 증명하는 꼴만 될 뿐이다.
이런 모습은 차기 선거 보험용으로 조직력 있는 이해집단에 꼼짝없이 좌지우지되는 나약한 존재. 그들의 입김에도 청순하게 쓰러지는 존재. 이는 그동안 슈퍼 갑으로 인식되어졌던 국회의원들의 반전의 모습이 아닐까.
하지만 이러한 갑을관계들 중에서 정확히 짚어야 할 점 두 가지가 있다. 갑에게 착취당하는 을인지, 개인적 이득을 위해 신념을 버린 을인지 말이다.
이 점을 유의하고 이번사태들을 바라본다면 갑을관계의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여 제대로 된 개선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리하여 갑을관계가 사회적으로 계몽 효과를 봤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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