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목포에서 발생한 크레인 붕괴사고를 계기로 대형 크레인의 안전성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우선 육중한 철구조물임에도 대부분 와이어에 의존해 작업하다 보니 기상 여건이나 부품 상태, 노후 정도에 따라 목숨이 오갈 수 있다는 게 크레인 근로자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2명의 사망자를 포함해 5명의 사상자를 낸 이날 사고 역시 지상에서 40여m 떨어진 고공에서 발생했고 흔히 볼 수 있듯 ‘불안한 와이어’가 생명줄 역할을 하고 있었다.
국토해양부는 태풍 등 자연재해나 설치·해체 작업 때 안전사고를 우려해 크레인을 와이어가 아닌 벽체고정(Wall Bracing) 방식으로 변경하는 골자로 ‘건설기계 안전기준 규칙’을 마련, 오는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전국 2천900여 대의 타워크레인 가운데 벽체 방식은 극소수에 그치고 있다.
건설노조 전남지부 관계자는 “국내 굴지의 건설업체 극히 일부만 제외하고는 모두 와이어 방식을 쓰고 있다”며 “와이어는 벽체 방식에 비해 반경이 넓어 한 번 설치하면 3∼4개 건물에서 동시에 이용할 수 있어 비용 측면에서 애용되지만 사고 위험도는 그만큼 높다”고 말했다.
한국형 ‘빨리 빨리 문화’도 위험요소라는 지적이다.
크레인을 해체하기 위해서는 조정석 밑에 유압계를 이용해 볼트를 하나 둘 제거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기술적 숙련도 못잖게 시간적 여유가 있어야함에도 공기에 쫓기거나 다른 현장으로의 이동이 급할 경우 작업을 서두르다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날 사고 현장에 있던 한 동료 근로자도 “해체작업이 당초 일정보다 한 달 가량 늦어지면서 다른 공사현장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까 우려돼 휴일에 해체작업을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건설노조 전남 타워지부 한 간부는 “크레인 해체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차근차근 진행해야 함에도 도급사 팀장과 통상 4∼5명의 작업근로자 임금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되도록 신속하게 해체하려는 측면이 있다”고 귀뜸했다.
일각에서는 건설경기 침체 등으로 크레인 작업물량이 줄면서 수지타산을 이유로 와이어 등 핵심부품을 재활용하거나 불량 또는 노후 부품을 일정 기간 이상 사용하는 경우도 적잖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 크레인 기사는 “경기가 어려울 때일수록 저가 경쟁이 심해지고 위험요소는 그만큼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강한 바람도 크레인 사고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06년부터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풍속이 초속 10m를 초과할 경우 타워크레인의 설치나 해체 작업을 중단하고, 20m를 초과하는 날씨에는 가동 자체가 금지토록 규제하고 있다.
이날 사고가 난 목포지역은 풍속이 초속 5∼6m에 그쳐 기준치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평소 강풍이 많이 불었고 바닷가라는 점을 감안하면 무시할 수 없는 위험요소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한편 경찰은 해당 업체와 근로자들이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켰는지, 불량 부품이나 노후 장비가 사용됐는지, 현장 관리감독은 원칙대로 수행됐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 중이다.
이처럼 최근 광주·전남지역에서 각종 근로현장에서의 인명 및 재산피해가 잇따르면서 산업단지나 공사현장에 대한 관리·감독 및 예방교육 등에 대한 안전시스템 전반을 재점검하는 한편 강화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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