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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칼럼>시들어가는 영유아들 |
2013년05월23일(Thu) |
| 안용호 논설위원(전 광주시교육청 장학담당장학관) |
‘어린이집 원장들 “낙선” 위협에 무릎 꿇은 의원들 법안 철회’라는 제목의 기사를 읽어보니 어린이집 감독을 강화하자는 법안이 철회되었다고 한다. 사설에서도 어린이집 원장보다 국민 여론을 더 무서워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협박에 굴복해 법안 발의를 무산시킨 의원 명단을 공개하고 범국민적으로 낙선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동안 나타난 여러 문제들과 정치화된 영유아교육의 탈선이 애꿎은 영유아들에게 그대로 옮겨져 피해가 쌓여 영유아들이 시들어가고 있다. 과도한 영유아 사교육으로 ‘정상적인 발달’에 문제가 생기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경기도에 사는 주부 ㄱ씨는 지난해 5살 맏아들을 데리고 한 병원의 ‘소아정신의학과’를 찾았다. 아들이 아무것도 하기 싫다며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떼를 쓰고 유치원에 가도 아무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들은 아이들이 충격을 받거나 불안할 때 나타나는 ‘선택적 함구증’ 진단을 받았다.
서울의 한 상담센터에서 도움을 받은 7살 ㄴ양은 영어유치원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이해력이 떨어진 경우다. 6살이 되어 영어 유치원에 입학한 ㄴ양은 점차 학습할 때 산만한 태도를 보였고 교사나 부모의 설명을 끝까지 귀기울여 듣지 않았다.
영어학원에 다니던 한 달간 오줌을 싸며 일상생활에서 퇴행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상담결과는 단순한 수학 연산 문제를 푸는데 맞았다, 틀렸다를 반복함으로써 발달장애 현상을 보인 것이었다. 이는 선천적인 학습장애와는 아주 다른 것이다.
‘언어발달장애’도 곧잘 생기고 있다. ㄷ군은 부모가 영어를 생활화한다는 차원에서 집에서까지 영어로만 대화하도록 규칙을 정하자 한국어와 영어를 둘 다 하지 못하다가 결국 말이 없어져 버렸다. 익숙하지 않은 영어를 쓰는 부담감이 오히려 아이가 의사 표현을 하는데 지장을 준 경우다. 부모는 아이가 우리말을 익히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고 수 천 번의 연습을 한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한국어를 할 때도 영어처럼 발음을 굴려서 말하거나 말을 계속 더듬는 아이도 영유아기에 이중 언어를 학습하다가 언어장애를 겪는 경우이다. 영유아기에 지나치게 부모가 짜 준 공부 스케줄에 맞춰 생활하다 청소년기에 들어서서 자기주도학습을 하지 못하게 되고 학습 실패에 좌절감을 느껴 우울 증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앞의 예에서 보듯이 호기심 많고 생기발랄한 영유아들이 부모의 그릇된 교육관에 의해 풀이 죽고 시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그릇된 유아교육의 문제점은 수도 없이 지적되어 왔다. 그러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부모들의 욕망 앞에서는 백약이 무효였다. 여기까지 이른 지금, “학대나 방임만큼 지나친 간섭도 아이에게 해롭다. 아이에게 뭘 해줄까를 고민하는 것보다 뭘 안 해줄까를 생각해야 할 때가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라는 박은진 인제대 일산백병원 정신의학과 교수의 말은 의미 있게 다가온다.
필자는 유아교육담당 장학관을 하면서 어린이들은 놀면서 배운다는 것을 알았다. 노는 것이 배우는 것이다. 우리가 볼 때는 아이들이 노는 것이 시시하게 보일지 몰라도 그들에게는 너무나 신기한 공부가 되는 것이다.
영유아를 숨죽게 하는 사례를 하나 더 들어보자.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내에서 운영하는 특별활동도 때로는 아이들에게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일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는 특별활동때문에 아이들이 시간에 쫓기면서 생활하고 있다.
서울의 한 어린이 집에서는 간식이나 점심 먹는 시간을 10여분밖에 주지 않는다. 오후에 발레, 영어 등 특별활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른에게도 먹는 시간 10분은 너무 적다. 점심 먹으면서 배우고 또 이야기 하면서 소화시키고 놀면서 사회성을 배워야 하는데 특별활동이 뭐길래 그 어린 것에게 10여분을 준다는 말인가?
우리나라는 어린이집은 복지부에서, 유치원은 교육부에서 관할한다. 그러다 보니 영어유치원, 놀이학원 등 사교육 시설이 대거 등장한다. 해서 100만원이 넘는 영어학원을 보내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수학과 독서, 영어, 중국어, 한자, 과학, 음악, 체육 영재교육까지 우후죽순처럼 나타나면서 교육보다는 돈을 벌기 위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제 폭주기관차처럼 달려가는 엄마들의 교육 욕망을 멈춰야 한다. 어린이가 죽어가고 있다. 모든 교육을 교육부로 일원화하고 유아방과 병설유치원을 확대하며 교육과정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교육기관이 돈을 버는 곳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정치화되어서는 더더욱 안 된다. 미래의 우리 꿈나무들, 마음대로 뛰놀면서 씩씩하게 자라게 하자.[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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