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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법 제도적 허점 많다 |
2013년05월29일(Wed) |
| 나경택 수석논설위원(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회장) |
작년 대선에 통합진보당 후보로 등록했다가 중도 사퇴한 이정희 씨의 처신은 우리 선거제도가 안고 있는 불합리성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그는 지지율 1% 안팎으로 40%대의 박근혜, 문재인 후보와 나란히 대선후보 TV토론에 참가했다.
그는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출마했다”면서 일방적으로 박 후보를 공격해 토론회의 취지를 변질시켰다. 두 차례의 토론회 후 사퇴했으나 그가 속한 통진당은 선거보조금 27억3천500만원을 받아 챙겼다. 제도적 허점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그런 점에서 대선후보 2차 TV토론에서는 여론조사 지지율 10% 이하 후보를 배제하고 3차 토론은 지지율 상위 1, 2위 후보만 참여시키겠다는 중앙선관위의 공직선거 관련 제도 개선 방안은 옳다. 기왕이면 아예 2차 토론부터 1, 2위 후보에게만 정책 토론 기회를 주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후보 등록을 한 뒤 사퇴하면 선거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하는 방안이 빠진 것은 문제다. 선거 질서를 어지럽히는 무분별한 후보 단일화나 선거보조금만을 노린 등록과 사퇴는 근절해야 한다.
사전투표의 마감시간을 오후 6시까지로 2시간 연장하고, 인터넷과 우편으로 상시 재외선거인등록을 허용하면서 한 번만 등록해도 계속 유효토록 한 것, 언론사 등의 후보자 초청 대담과 토론회 상시 허용 등은 유권자 배려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예비후보자 등록을 상시 허용한 것은 정치 신인의 진입 장벽을 해소할 수 있다. 선거운동 기간 수입과 지출이 있을 때 48시간 안에 공개토록 한 것은 선거비용 투명화에 기여할 것이다.
유권자가 말 또는 전화 통화, 어깨띠 부착, 집이나 승용차에 표시물 부착 등으로 직접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게 한 것은 다소 걱정스럽다. 유권자의 정치적 의사표현 자유를 확대하는 것은 좋지만 선거 과열과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선거 시설물 설치와 인쇄물 배포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한 것이나 선거와 무관한 정부정책 반대 집회를 허용한 것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의 경계가 애매하고, 고소 고발이 남발될 우려가 있다.
중앙선관위가 대면 또는 전화로 특정 후보 지지를 권유하는 ‘말로 하는 오프라인 선거운동’을 선거일 당일만 빼고 언제든 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현재는 온라인 선거운동만 시기 제한 없이 할 수 있다.
선관위는 또 국회의원 후보의 경우 선거일 120일 전부터만 할 수 있는 예비후보자 등록을 상시 허용하고, 명함 배부 등 일부 선거운동도 시기 제한 없이 할 수 있도록 하자고 했다. 선관위는 선거운동별로 규격·횟수 등을 세밀하게 규정하는 현행 방식을 전면 개편, 법이 허용하는 것이면 구체적 방법과 내용은 후보자가 알아서 정하도록 하자고도 했다.
그러나 선관위는 선거일 6일 전부터 투표 마감 시각까지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하거나 보도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은 바꾸지 않겠다고 했다. 선관위는 여론조사 공표 제한이 국민의 알 권리에 반하고, 선거일이 임박해 조작된 여론조사가 유포될 경우 선거 결과마저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에도 답을 내놓아야 한다.
원칙적으로 선거운동은 선관위 안 처럼 ‘돈은 묶고 발과 입은 푸는 것’이 좋다. 선거운동 기간을 제한하면 아무래도 현역 의원에 비해 지명도와 조직력에서 뒤지는 정치 신인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
예비후보 등록과 어느 정도의 선거운동은 언제든지 할 수 있도록 한다면 정치 신인들의 정치권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다.
여야가 저마다 선거법 개정에 따른 유불리를 계산하는 건 불가피하다. 선거법은 후보자나 정당의 정책·공약을 해부해 유권자에게 선택의 근거를 제공하고 주권자의 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쪽으로 전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이 선관위의 의견 개진을 계기로 선거법 전반에 대한 논의와 대안 모색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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