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출범 100일을 맞았다. 취임 초기에 국정운영의 기틀을 다져야 한다는 점에서 집권기의 가장 중요한 기간이 지나간 셈이다. 박 대통령 스스로 고백했듯이 하루가 48시간이었더라도 시간이 모자랐을 만큼 정부 전체가 바쁘게 움직인 기간이었다. 한반도 돌발사태가 초래되지 않을까 우려됐던 북한의 무력 위협도 무사히 넘겼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3일 박근혜 정부가 출범 100일을 맞은 것과 관련해 외교·안보 분야와 관련해서는 훌륭한 성과를 이뤘다고 자평하는 한편, 경제 정책과 인사 문제 등은 향후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황우여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그동안 어렵고, 힘든 100일을 지내면서 최선을 다해 국민과의 약속을 어떻게든 입법으로, 예산으로 반영하려고 노력했다”며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탄탄한 지지를 보내주신 것에 머리 숙여 감사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내일부로 박근혜 정부가 출범 100일을 맞는다”며 “각종 언론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노련한 박근혜 정부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유기준 최고위원은 “박근혜 정부 취임 100일을 맞아 외교·안보 분야를 잘했다는 평가가 많지만 경제와 관련해서 총론은 좋지만 실천이 부족하고 인사와 관련돼 미흡하다는 평가가 있다”고 말했다. 유 최고위원은 “취임 이후 북한 핵 위협 등 안보 위기속에서도 일관된 대북 메시지로 북한을 압박하는 한편 미국과의 대북 공조를 이뤄낸 것은 칭찬 받을 성과”라면서 “미국에 이어 중국과도 공조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고 대북 정책에 있어 한국이 주도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 분야와 관련해서 “경제는 총론적으로 큰 그림을 잘 그리고 있지만 세부적인 실천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며 “민생경제 활성화와 창조경제 액션 플랜을 만들어 국민적 의구심을 해소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인사 난맥상에 대한 지적에 대해 “인사 난맥상은 후한 점수를 줄 수 없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라면서도 “박근혜 정부가 향후 여론을 중시하고 소통의 폭을 넓히는 것이 해결 방안”이라고 의견을 내놨다.
민주당은 3일 박근혜 정부 출범 100일에 대해 ‘정부실패와 정부실종’으로 평가하고 잇따라 발생한 국민안전 문제에 대한 해결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한길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내일 100일 기자회견 없이 조용히 보내시기로 했다고 한다”며 “부디 대통령 취임 200일 되는 날, 1년 되는 날에는 대통령의 많은 치적을 국민 앞에 자랑스럽게 소개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밀봉인사가 참사되고 남북관계는 악화되고 공공의 근간은 무너지고 있다. 정부는 실종상태”라며 “실패와 실종이 박근혜 정부 100일의 성적표 아닌가 싶다”고 비판했다.
100일 잔치상에 오른 전체 성과를 보면 그렇게 만족스러운 편은 아니다. 정부조직 개편 논란으로 장관 인선이 지체되면서 정부출범 자체가 늦어진 탓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경제민주화와 복지정책 추진 방안을 둘러싼 내부 혼선으로 발목이 잡힌 측면이 다분하다.
지난 주 발표된 140개 국정과제의 공약가계부를 통해 비로소 방향이 정리된 듯이 보이지만 불안정한 경제 여건이 여전히 걸림돌이다. 무엇보다 아직 민생경제에서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이 큰 부담이다. 4·1부동산 대책과 추경 편성,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이르기까지 부양조치가 이뤄졌으나 서민들의 피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일자리를 늘리고 내수를 살리려면 정부가 좀더 적극 나서야 한다. 창조경제를 이루려면 기업의 자발적인 투자심리를 이끌어내는 게 관건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역시 소통의 문제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건의를 듣기보다는 혼자 생각으로 중요 사항을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을 흘려들어서는 안된다. 각료 임명 과정에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던 것이 그 결과다. 방미 기간에 불거졌던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도 이와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지난 정부의 잘못된 흔적을 지우는 것도 그리 만만한 작업은 아니다. 최근 드러난 원전의 위조부품 비리를 비롯하여 4대강 사업의 담합 의혹과 산하단체장 교체 문제도 조속히 마무리돼야 한다. 이제는 논란과 혼돈에 종지부를 찍고 민생정책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100일이 눈깜짝할 새 지나갔듯이 나머지 기간도 국정 수행에는 그렇게 긴 기간이 아님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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