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후가 벤처회사 텀블러를 인수하면서 이 회사의 창업자인 데이비드 카프 씨도 20대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다. 그의 성공 뒤에는 어머니 바버라 애커먼 씨의 역 발상 교육이 있었다. 그는 방에 틀어박혀 컴퓨터만 만지는 고교생 아들에게 “컴퓨터 좀 그만 만지라”고 야단치는 대신 “학교를 그만두라”고 권했다.
카프 씨가 다니던 학교는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영재학교인 뉴욕브롱크스과학고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영재고에 다니는 아들에게 중퇴를 권한 셈이다.
카프 씨 어머니는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의 어머니를 연상시킨다. 주체 못할 호기심과 엉뚱함으로 초등학교에서 사고를 자주 치던 에디슨을 교사들은 ‘구제 불능’이라고 진단했다. 그러자 어머니 낸시 엘리엇 여사는 에디슨을 12세까지 혼자 가르쳤다.
오늘날 홈스쿨링(재택 학습)의 효시라 할 만하다. 두 사람의 어머니는 모두 교사다. ‘맹목적 어머니 프레임’에서 벗어나 자녀 교육에 대한 통찰력을 지니고 있었을 듯하다.
카프 씨는 고교 중퇴이지만 미국에서는 창업하기 위해 대학을 중퇴한 사례가 많아 ‘성공하려면 중퇴하라’는 조크가 있을 정도다.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사 회장과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는 하버드대의 졸업장을 버렸다.
애플을 창업한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은 각각 리드대와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를 중퇴했다. 델 컴퓨터의 마이클 델, 오라클 창업자 래리 엘리슨도 대학 중퇴자다. 사업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적기를 놓치지 말아야 하는 정보기술(IT) 사업의 특성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요인이 있다. 자식의 선택을 존중하는 부모의 태도다.
자식이 하버드대에 다닌다면 자랑스럽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그럼에도 변호사였던 빌 게이츠의 아버지, 치과의사였던 마크 저커버그의 아버지는 하버드대를 중퇴하겠다는 자식을 말리기는커녕 창업 자금까지 빌려주었다. 서울대를 그만두고 창업하겠다는 아들이 비정상이고, 그걸 말리는 부모가 정상인 게 우리나라다. 말로는 꿈을 꾸라고 하면서 잠은 안 재우는 나라라고나 할까.
서울 영훈·대원국제중이 신입생을 선발하면서 성적 조작 등 입시 비리를 무더기로 저지른 것으로 서울시교육청 감사 결과 드러났다. 그동안 끊임없이 불거진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시교육청이 관련자 11명을 검찰에 고발하고 13명을 파면 등 징계할 것을 학교에 요구한 것을 보면 두 학교의 입시 비리가 얼마나 심각한지 잘 알 수 있다.
입시는 무엇보다 공정성이 생명인 만큼 비리 관련자들은 일벌백계로 엄하게 다스려 본때를 보여야 한다. 입시 비리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일도 중요하다.
시교육청 감사에서 드러난 두 학교의 입시 비리 행태는 혀를 내두를 정도다. 영훈중은 특정 학생들을 합격시키기 위해 ‘주관적 영역’의 점수를 조작했다. 성적 조작은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뿐 아니라 일반전형에도 이뤄졌다. 이를 위해 서류 심사 때 자료에 인적 사항을 가리지 않았다.
특히 2013년도 입학 전형 때는 교감 등이 나서서 조직적으로 성적 조작을 주도했다. 게다가 조작 사실을 감추기 위해 최초 개인별 채점표를 보관하지 않고 무단폐기했다. 대원중도 서류 심사 자료의 인적 사항을 가리지 않고 개인별 채점표를 무단으로 없앴다. 2010학년도 입학 전형에서는 특별전형 탈락자 20명 전원에게 일반전형에 다시 지원할 수 있는 특혜를 줬다.
영훈·대원중이 입시 비리만 저지른 것은 아니다. 국제중 특성화 중학교 지정 신청 시 제출한 사회적 배려 대상자(저소득층)에 대한 장학금 지원 계획을 제대로 이행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부유층 가정의 자녀를 편법으로 입학시키거나 학부모로부터 노골적으로 거액을 받고 자녀를 입학시키는 비리를 자행했다.
이쯤이면 영훈·대원중은 스스로 교육기관임을 포기했다고 할 수 있다. 두 학교의 비리가 이런 지경에까지 이른 데는 무엇보다 시교육청의 관리감독이 소홀했기 때문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학부모 등의 용기 있는 폭로가 없었다면 그냥 지나갔을 터다.
검찰은 고발된 두 학교의 비리 관련자들을 철저히 조사해 죄를 엄하게 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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