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더위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전력난이 심상치 않다고 한다. 더불어 원전 비리가 밝혀지면서 전력수급비상대책본부라는 거창한 이름의 본부가 구성됐음에도 시원한 방안 한번 마련되지 않고 그저 정부에서는 전기를 아끼라는 말만 최선이라는 듯하다.
불안정한 전력수급으로 인해 앞으로 다가올 뙤약볕 더위를 견뎌야 할 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턱 막힌다. 국민이 살아갈 수 있는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 주는 것도 국가의 의무가 아닐까만은 매해 여름이 다가올 때면 언제 전력이 멈춰버릴지 모르는 불안감에 땀 뻘뻘 흘리며 일을 해야 한다.
그나마도 원전비리가 밝혀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라고 해야 할지. 큰마음 먹고 백보 양보해서 원전사고라는 더 큰 사고가 나기 전에 비리가 밝혀져 다행이기는 하지만 이건 말 그대로 큰마음 먹고 백보 양보해서 나오는 생각이다.
일본의 쓰나미로 인해 발생한 원전 사고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포에 휩싸였었는지 우리 모두는 기억하고 있다. 피폭피해자들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은 익히 들어 알고 있으며, 일본의 동식물의 괴이한 형태로 자라난 모습이 촬영되어 인터넷에 떠도는 것은 어제오늘일도 아니다.
우리도 이런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원전을 유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전력난에 허덕이기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니 무언가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최근 전기 절약에 관하여 솔선수범 모습을 보인다는 청와대의 이야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2대에 걸친 대통령이라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대통령의 집무실 환경이 비교되곤 한다.
그런 기사를 보고 있으면 이런 생각이다. 같은 건물, 다른 시대, 같은 여름나기. 즉, 낡디 낡은 건물에, 다른 시대의 대통령이 같은 방법으로 여름의 전력난을 해결하는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다는 생각 말이다. 누군가는 솔선수범이라 표현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조금 더 2013년에 어울리는 대응은 내놓지 못하는 것일까. 시대는 변했는데 여름나기는 똑같을까.
솔선수범이라는 것이 남보다 앞장서서 행동하여 몸소 다른 사람의 본보기가 되는 것인즉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는 일인데 이런 모습들이 얼마나 많은 국민이 공감하며 본보기로 인정할 수 있을까.
구체적이지 못하고 2013년에 어울리지 않게 비효율적이며, 국민이 공감하기 어려운 모습을 보이니 수박 겉핥기식 이라는 말이 들릴 뿐이다.
‘설득의 심리학’에 따르면 ‘구경꾼은 결코 도와주지 않는다’고 한다. 그저 “도와주세요”만으로는 아무도 도와주지 않으니, 함께 동참해야 할 국민이 구경꾼으로만 남지 않도록 이러한 문제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전제가 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조금 더 시원한 여름, 따뜻한 겨울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지금 당장은 불가능하고 힘들지라도 에너지과학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여 지금은 힘들지라도 곧 다가올 미래에는 전력난에 의한 불안감 따윈 없도록 국민을 안심시키고 나서 고통을 함께 하자고 해야지 무턱대고 전기를 아끼자고 하면서 본인 집무실 불 끄는 방법은 원시적인 대안일 뿐 국민의 공감 및 동참을 이끌어 내기 어려운 게 당연하다.
머지않은 미래에 양질의 에너지를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 지금 당장 집무실 불 끄는 게 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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