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후 70년 이스라엘은 로마의 공격을 받는다. 조국의 운명이 바람 앞의 등불이라는 것을 감지한 유대인 랍비 ‘요한나 벤 자카이’는 얼마 안 있어 예루살렘이 로마에 의해 전멸당할 것임을 알고 로마군 장군을 만나서 담판을 지으려 했다.
그러나 포위작전으로 성 안의 사람들이 밖으로 나올 수가 없었다.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던 자카이는 자신이 병에 걸려 죽었다고 소문을 내고 관 속에 들어가 성 밖으로 나가기로 결심을 한다. 다행히 예루살렘 성 안에는 무덤이 없어서 장례를 치룰 수 없었다.
시체로 위장하여 성 밖으로 나간 랍비는 드디어 로마 장군을 만나게 되었다. 랍비는 당신은 곧 로마의 황제가 될 것이라고 예언을 한다. 그러면서 랍비는 베스파시안 장군에게 예루살렘 성문을 열어주는 대신 예루살렘에서 멀리 떨어진 ‘아부네’ 마을만은 파괴하지 말아달라고 간곡히 부탁한다.
베스파시안 장군은 ‘그렇게도 중요한 예루살렘 성까지 포기하면서 왜 아부네 마을만은 파괴하지 말아달라고 할까?’ 생각하고 그 조건의 깊은 의미를 알지 못해 선뜻 수락하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두 사람 앞으로 놀라운 소식이 전해진다. 베스파시안 장군이 로마의 황제가 되었다는 전령이 도착한 것이다.
조금 전에 랍비가 한 예언이 현실로 드러나자 놀라고 기쁜 베스파시안 장군은 곧바로 랍비의 부탁을 수락한다.
예루살렘과 맞바꿀만한 ‘아브네’는 어떤 마을일까? 아브네는 유대인 학자와 랍비들이 토라를 쓰고 연구하는 마을이었다. 요한나 벤 자카이 랍비는 하나님이 직접 모세에게 일렀고 모세가 직접 손으로 쓴 모세 오경, 토라, 그리고 토라를 가르치는 학교만 있다면 비록 예루살렘 성이 무너지고 파괴되어도 하나님의 백성인 유대인을 보호할 수 있다고 굳게 믿었던 것이다. 랍비의 생각은 적중했다.
오늘날 유대인의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0.2%에도 못 미치는 1천300만명이다. 그런데 노벨상 수상자의 약 25%가 유대인이다. 하버드 졸업생 중 30%이상이 유대인이다. 예일대학교의 경우는 전체 학생 중 25%이상이 유대인이다. 세계 역사를 바꾼 유대인도 너무나 많다. 뉴턴, 아인슈타인, 칼 마르크스, 골드만 삭스, 프로이트, 촘스키 등 셀 수 없이 많다. 미국을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면 유대인의 나라라는 착각이 들 정도이다.
그러면 이러한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끝없는 공부가 낳은 결과라고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오늘날 유대인이 전 세계를 움직이게 된 데에는 바로 유대인의 공부가 있는 것이다.
유대인들은 자녀들이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 부모에게 주어진 하느님의 선물, 혹은 하느님께 빌린 존재라 생각한다. 그러므로 자녀들이 각각의 재능과 선천적인 능력을 발전시켜 나가도록 자양분을 공급하는 것이 부모의 임무라고 여긴다.
부모는 토라 가르치기와 후파 밑에 설 수 있도록 자녀들을 인도하기, 마아심 토빔을 가르치는 것을 주로 한다. 특히 어떻게 하느님과의 관계를 유지할 것인지보다 사람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잘 유지할 것인지를 더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부모는 쉬지 않고 공부를 하며 자녀들의 질문에 친절하게 방법을 제시한다.
유대인은 ‘토라’에서 인생을 배운다. 토라는 유대인의 인생지침서라고 할 수 있다. 토라는 유대인에게는 가장 근본적인 경전이다. 모세가 쓴 5개의 책으로 구성된 토라는 우리는 구약성서의 일부로 알고 있다. 토라는 바람직한 행동 기준을 자녀에 물려준다.
토라의 행동 기준들은 삶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 가이드라인을 주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그러므로 토라에는 사람이 살면서 겪게 되는 거의 모든 문제들이 총 망라되어있다. 부모와 함께 토라를 공부하면서 평생학습의 기반이 닦여지는 것이다.
유대인들은 탈무드에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진실을 탐구하는 습관을 길러왔다. 탈무드는 서기 400년경에 집필된 유대교 최대의 율법서다. 유대인은 토라 이외에 탈무드를 통해 종교적인 진실을 갈구한다. 탈무드는 기독교의 성서와는 달리 어떠한 해답도 제시하지 않는 일종의 토론서 형식으로 되어 있다. 유대인은 어디서나 탈무드를 펴고 토론을 벌인다.
더 중요한 것은 유대인들은 도서관에서 아예 토론을 한다는 것이다. 책상도 토론하기에 알맞게 짜져 있다고 한다. 교육방송문제풀이를 하는 우리와는 너무나 다르다. 유대교육이 아무리 좋아도 따라할 필요는 없다. 섬머힐이나 핀란드 교육이 도움이 되던가?
우리는 그보다 더 훌륭한 교육 시스템을 갖고 있었다. 우리 것을 오늘에 되살려 ‘사람다움’에 대한 교육을 강화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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