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공공기관 111곳과 공공기관장 96명에 대한 성과 평가 결과가 나왔다. 이는 159명의 민간 전문가가 투입되어 수개월에 걸친 평가결과에 따라 공공기관은 경영성과급을 차등 지급받고, 기관장은 최악의 경우 해임이 건의되기 때문에 공공기관 종사자들에게 초미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이름 그대로 ‘경영’을 평가해야 함에도, 실제로는 정부의 정책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협력했는지를 주로 판단하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공공기관 부채가 500조원에 육박하고, 일부 공공기관은 정부 정책을 대행하며 부채가 단기간에 급등하였음에도 최하위 등급인 E등급은 몇 개 되지 않는다.
경영평가가 기업의 경영평가와 달리 수익부문에 대해 방점을 두지 않다보니, 막대한 부채가 있거나 적자를 기록하고도 좋은 등급을 받아 성과급이 지급되는 사례가 반복되어 왔다.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부실경영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올 만하다. 현행 경영평가와 더불어 공공기관 존치평가를 3년마다 시행하여 민영화-통폐합-구조개혁-현행유지 등 판단기준을 정해 공기업 개혁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경영평가의 본질은 신상필벌에 있다. 설립 취지에 맞게 공공성을 지키면서도 효율성을 끌어올린 기관과 기관장에게는 인센티브를 주고, 그러지 못한 기관(장)에는 불이익을 줘야 한다.
물론 지금도 이런 잣대는 있다. 낙제점을 받은 공공기관과 기관장은 월 기본급의 최대 300%인 성과급을 한 푼도 받지 못한다. 점수가 미흡해 인사 대상에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자원개발사업은 4대강 못지않게 MB정부의 역점사업이었다.
안 그래도 이들 공기업은 “투자 회수까지 10년 이상 걸리는 자원개발사업의 특성상 초기에는 적자를 볼 수밖에 없다”며 억울해한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의 잣대는 곤란하다. 확실하게 평가원칙과 예외기준을 정해 정권 향방이나 요행에 관계없이 1등도 꼴찌도 수긍할 수 있는 평가풍토를 정착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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