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시의 2012년 세계박람회 유치 준비 평가가 13일 끝났다. 11, 12일 여수 현지를 포함해 3일간 진행된 세계박람회기구(BIE)의 실사는 이날 서울에서의 마지막 설명회와 기자 회견을 끝으로 사실상 마무리 됐다.
이야말로 고무적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은 BIE 실사단이 13일 오후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실사의 목적은 후보 도시의 유치 타당성을 따지는 것”이라며 “이런 점에서 여수는 실사단이 제시한 14개 항목을 모두 충족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실사단장인 카르맹 실뱅 BIE 집행위원장은 “사실 실사 전에는 여수라는 중소도시의 관람객 수용 능력에 대해 의구심이 있었으나, 유치위원회는 명확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놓았다”며 “한국 정부를 비롯한 정·재계, 지방자치단체 등 온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는 박람회 유치의 굉장한 강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중앙정부와 여수시, 재계와 시민들이 모두 힘을 합쳐 노력한 결정이라고 여겨진다. 이른바 ‘지성(至誠) 감천(感天)’이 그것이다.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는 2010년 엑스포 유치 경쟁에서 중국 상하이에 아깝게 패한 데 이은 두 번째 도전이다. 그런 만큼 우리 모두 대오 각성해야 한다. 우리의 경쟁 상대는 폴란드 브로츠와프와 모로코 탕헤르지만, 현재까지는 우리가 우위에 서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 한반도는 대륙(大陸)의 관점에서 보면 귀퉁이의 혹에 불과하지만 해양(海洋)의 시좌에서 보면 명당(明堂)중 명당인 것이다. 백두산을 포함한 개마고원을 뒤로 한 채 확 트인 태평양(太平洋)이 펼쳐지는 배산임수(背山臨水)의 대지(大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간 명당에 살면서도 그 가치를 몰랐다. 명당의 가치를 살리려면 바다를 바라보고 해양(海洋)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줄곧 대륙만 쳐다보고 살았다.
고구려(高句麗) 시대에 대륙으로 나아가 그 위세를 떨친 바도 있지만 고구려 멸망 후 지난 1300여년 동안은 한반도에 갇혀 살았던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주몽과 연개소문을 그리워할 필요가 없다. 대륙의 장벽은 그 시절보다 훨씬 더 견고한 까닭이다.
우리의 역사(歷史)를 상고해 보면 대륙으로 나아가서 득(得)을 본 일이 별로 없다. 반면에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는 해양으로 나아간 덕분에 이만한 나라를 만들었다.
500년 묵은 때 같은 가난을 물리쳤고 세계 열한 번째 경제대국이 됐다. 작년 3000억 달러 수출의 금자탑도 해양으로 나아갔기 때문에 이뤄졌다고 본다. 게다가 지금 우리는 세계 최고의 조선강국(造船强國)으로 부상돼 있지 않은가. 절망 천우신조라 하겠다.
결국 우리는 장보고와 이순신을 생각하며 살아가야 한다. 장보고는 1200여년 전 완도 청해진을 중심으로 동아시아를 주름잡은 해상왕이다. 따라서 장보고는 우리가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를 역사적으로 증명해준 ‘위대한 선구자’인 것이다.
이순신은 왜적의 침입으로 함몰돼 가던 나라를 수렁에서 건져낸 성웅(聖雄)이다. 7년여의 전쟁 동안 나라는 절단나고 백성은 피폐했다. 호남을 제외한 전 국토가 유린당했지만 그 전란의 참화 속에서 나라를 구한 이는 ‘바다 위의 이순신’이었다. 이순신과 바다가 없었다면 조선도 없었을 것이다. 이른바 ‘약무 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是無國家)’가 그것이다.
이런 점에서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는 개최해야 할 명분이 있다. 여수세계박람회는우리가 ‘장보고와 이순신이 일으킨 나라’임을 재천명하며 또 한번 해양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돼야 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의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세계박람회 유치는 약 10조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9만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예상된다.
우리는 반드시 일치단결해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를 유치해야 한다. 우리는 한반도에 갇힌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니라, 대양(大洋)으로 나아가는 용(龍)이 돼야 하는 까닭이다.
정부는 반드시 여수의 부족한 숙박시설·교통 문제 등 사회간접자본 확충에 적극 지원해야 한다. 반드시 유치에 성공, 자국 산업을 한 단계 도약시키고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기회로 삼아야 하기 때문이다.
여수시장은 반드시 시민들에게 충무공(忠武公)의 충효(忠孝)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국가 이미지 제고로 엑스포의 유종의 미를 기하기 위해서다.
6월 BIE의 최종 보고서에 어떤 평점이 매겨질지 아직은 가늠할 수 없다. 범정부 차원의 외교력을 집중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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