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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취폭력, 공공의 적이다 |
2013년07월23일(Tue) |
박 장 남
(광주 광산경찰서 형사계장) |
매일 밤마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광주광산경찰서 형사계는 동행되거나 접수되는 폭행사건은 ‘주폭’ 사건이 대부분이다.
‘주폭(酒暴)’은 주취폭력범의 줄임말이다. 말 그대로 술에 취해 행패를 일삼는 사람을 말한다. 술만 먹으면 상습적으로 폭행, 무전취식, 고성방가 등 행패를 부리는 사람을 줄여서 주폭이라고 한다.
술에 취해 폭행이나 재물손괴, 무전취식 등으로 입건된 이들은 지구대나 파출소에서 까지 폭력을 휘두르고 기물을 파손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일선 지구대와 파출소에서는 야간 112신고 가운데 절반 이상이 주취자와 관련된 사건들로 경찰의 주취폭력에 대한 지속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밤마다 주취폭력은 여전히 시민들을 위협하고 있다.
최근에는 불특정 다수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더 이상 개인 간의 문제가 아닌 심각한 사회문제로 시민들의 불안감이 날로 가중되고 있다.
특히 술에 대한 우리 사회의 그릇된 인식과 관용이 현재의 걷잡을 수 없는 주취폭력 문화를 만들었다.
주취폭력이 단순한 실수나 술주정, 불쾌한 일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주취폭력은 실수나 불쾌한 행동이 아니라 명백한 범죄이다. 곧 알코올 중독은 뇌의 질병이다. 이는 명백한 범죄행위임에 틀림이 없다. 평소에 억눌려 있던 불만, 욕구, 갈등이 음주 상태에서는 쉽게 표출된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주취폭력은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라는 형법 이론이 적용돼 과실범이 아닌 ‘고의범’이 성립된다.
대법원에서도 위와 같은 취지로 2012년 6월 8일 대법원 양형기준을 새로이 정했다.
만취상태를 원인으로 한 감경을 엄격히 제한하고 범행당시 고의로 술을 마시거나 혹은 범행 후 면책사유로 삼기 위해 만취상태에 빠진 경우에는 심신미약상태 여부와 상관없이 가중처벌토록 하였다.
최근 광주경찰청 정순도 청장님께서도 상습 주취폭력범은 서민과 영세상인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은 물론, 술에 취한 상태에서 상습적으로 공무의 집행을 방해하여 평온한 질서를 침해하는 사회적 위해로 죄질이 나쁜 주폭자들에 대하여 조직폭력배에 준하여 입체적, 종합적 첩보수집 하여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전개해 상습적으로 범행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하게 대응하고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삼아 ‘주폭’을 척결하라고 일선서에 지시하셨다.
경찰의 주취폭력의 중점 단속대상은 서민들과 지역 영세상인들에 주취폭력을 행사하고, 병원이나 지·파출소와 경찰관서를 포함한 관공서 등에서의 주취폭력범에 대하여, 일회성에 그치지 않는 상습적·고질적인 지역내 상습주취폭력자이다.
최근에 우리서에서는 중국음식점 주방장이 병원에 입원중인 동거녀의 병실에서 술을 마시고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다가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양손에 주방용 식칼을 들고 휘두르다 검거된 전과 20범 H씨 사건과 일정한 직업과 주거가 없이 광산서 관내 찜질방 등에서 생활하면서 상습적으로 서민들의 상가나 주택가 등지에서 선량한 시민들에게 폭력과 협박을 일삼고, 지구대와 파출소까지 찾아와 행패를 부린 주폭전과 16범 J씨, 술만 마시면 사실혼관계에 있던 내연녀를 지속적으로 괴롭혀 오다 피해자가 피해신고를 하였다고 보복 폭행한 주폭 전과 36범 N씨 등 5명을 구속수사한바 있다.
몇 년 전 필자가 동부경찰서 강력팀장으로 근무할 당시, 항상 스님복장을 하고 충장로 우체국 뒤 골목길에서 점을 보는 점쟁이인 속칭 ‘땡중’이 있었다.
그는 술이 취하면 충장로 등 동구일대 구멍가게와 주점등 영세상인들을 대상으로 만취상태에서 폭행과 영업을 방해하고, 무전취식을 일삼았다.
그는 경찰서 보호실에서 민원인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성기를 꺼내 형사들을 향하여 소변을 보면서 “이놈들!, 다 모가지를 띠어버리겠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이를 만류하는 경찰관을 폭행하여 폭력행위등과 공무집행방해등으로 구속 수사한 바 있다.
중요한 것은 한 번 하고 마는 ‘주폭과 전쟁’식 단속으로는 주폭을 뿌리 뽑기 어렵다. 이들이 출소하면 가족·이웃으로 돌아와 보복 범행을 하고 가족과 영세상인 등 특정인만 반복해서 괴롭히는 ‘주폭의 법칙’이 계속 되기 때문이다.
특히 공무집행방해의 경우 70%가 술에 취한 사람에 의해 발생하고, 112 출동현장이나 파출소와 지구대 등에서 행패를 당한 경찰관이 대부분이다. 주취폭력 처리에 경찰력이 소진되면서 치안서비스가 약화되는 기회비용을 사회전체가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형사정책 연구원에 따르면 폭력사건의 3건 가운데 1건이 주취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주취폭력은 연간 36만건에 달하고 이로 인한 경찰업무가 전체의 27%에 가깝고 연간 사회적 비용 손실은 8조8천억원에 육박한다고 한다.
주폭의 피해자는 치안사각지대에 있는 서민들이며 상습주취폭력에 시달리면서도 보복 및 수치심 등으로 신고를 기피 다시 폭력에 시달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곤 했다.
경찰청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현재까지 발생한 5대 강력범죄(살인·강도·강간·절도·폭력) 가운데 술을 마신 사람에 의한 범죄비율이 살인은 40%, 폭력은 35%, 강간은 34%에 달한다.
강력범죄도 음주자에 의한 범죄 비율이 30%에 달할 정도로 높은 편이다. 음주와 강력범죄 간 상관관계가 큰 만큼 음주범죄에 대해 처벌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주취자의 관리 및 보호업무를 대부분 경찰이 전담함으로써 일선경찰은 업무과중에 따른 사기저하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주취자에 대한 보호·관리 실태와 문제점을 토대로 우리나라 실정에 적합한 법·제도적 개선방안 마련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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