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대형선풍기 24시간 가동 적정온도 맞추기 안간힘
“관리 소홀히 하면 모든 것이 허사…잠도 제대로 못 자”
광주와 전남지역에 내려진 폭염 특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8일 오전 나주시 봉황면 한 양계 농가에서 김규봉씨가 더위에 폐사한 닭들을 꺼내고 있다.
“찜통더위에 연일 닭들이 죽어나가고 있지만 대책이 없습니다.”
8일 오후 기온이 35도를 넘어서 폭염경보가 내려진 나주시 봉황면 김규범(68)씨 양계농가.
김씨는 팔짱을 끼고 양계장에 있는 닭들만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었다.
살인적인 무더위가 연일 지속되자 양계장 안에 갇혀 있는 닭들이 죽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일에는 3천마리, 전날에는 700여 마리가 폐사했다.
또 남아있는 8만여 마리의 닭들도 성장해 집단 폐사하기 전에 출하돼야 하지만 중부지방에 많은 비가 내려 닭소비가 줄어들는 바람에 출하 날짜가 잡히지 않아 김씨의 한숨은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김씨는 “삼계탕용은 700g이 적당한데 지금 남아 있는 닭은 1㎏을 넘어서고 있다”며 “지금 출하되지 않으면 무더위에 죽은 닭들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 때문에 김씨는 폐사를 막기 위해 모든 일은 제쳐두고 양계장 일에만 몰두하고 있다.
양계장에 설치된 대형선풍기 8대를 24시간 가동해 적정 온도 28도를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또 사료에 비타민과 전해질을 섞어 먹이고 있지만 이날 김씨의 양계장 내부 온도는 30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김씨는 낮 기온이 33도를 넘어서자 내부 온도를 낮추기 위해 아쉬운 대로 수도시설에 긴 호수를 연결해 지붕에 물을 뿌리는 응급 처방까지 시도해보지만 무더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김씨는 “폭염이 최고조에 달할 때는 선풍기로도 감당이 안된다”며 “지난해도 더위에 수천마리가 폐사돼 전남도 관계자들이 찾아와 ‘분무시설을 설치해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직까지 소식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관리를 소홀히 하면 모든 것이 허사로 돌아갈 수 있어 잠도 제대로 잘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지난해 폐사 경험을 토대로 올해는 보험에 가입했다. 1마리당 1천500원 정도로 계산돼 600여 만원을 보상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보험 보상금에는 사료, 인건비, 연료비 등은 포함되지 않았고 자기공제 100만원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김씨는 폐사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씨는 “최신식 시설을 갖춘 양계장일지라도 무더위에는 속수무책이다”며 “사람도 버티기 힘든 요즘 같이 무더운 날씨에는 닭 뿐만 아니라 모든 가축이 집단 폐사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나주=정종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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