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이후 4대 사회악의 하나로 불량식품이 선정될 만큼 식품안전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어 국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국식품안전연구원이 ‘불량식품과 식품안전’ 미디어 워크숍을 개최해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식품안전연구원에 따르면 이번 워크숍을 통해 불량식품 근절을 위한 산업계의 대응방안, 관련법의 재정비 문제, 불량식품의 실태와 개선방안 등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다.
◇의도적 불법행위와 비고의적 사고 구분해야
우리나라의 식품산업은 종업원 50인 이하 사업체가 전체의 97%에 달하는 영세한 규모인 경우가 대다수다. 이는 소수의 대기업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식품안전관리 역량이 부족하고 시설도 열약한 경우가 일반적임을 의미한다.
식품안전 사고는 ‘의도적 불법행위’와 ‘비고의적 사고’로 나눌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불량식품의 정의는 식품관련 모든 법 위반 제품으로, 단순 실수 또는 관리 소홀로 인한 위반 등도 포함돼 과도한 규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제조업체는 무분별한 단속 등으로 인한 영세 영업자의 성장성 저하와 소비자 선택권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한국식품산업협회 식품안전부 김정년 부장은 “의도적인 불법행위는 가중 처벌이 마땅하나 비고의적 위반사항까지 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검토가 필요하다”며 “불량식품의 관리수준 향상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 전반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식품안전 관련법 재정비, 식약처가 앞장서야
1962년 제정된 식품안전 관련법의 주법인 식품위생법은 그동안 26차례의 부분 또는 전문개정을 거쳐 왔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과 EU 등 선진국에서는 식품법의 목적을 소비자 보호로 명료하게 정의하고 있다.
이를 위해 규제 대상으로 부정불량(Adulteration) 식품과 허위표시(Misbranding) 식품을 구분해 정의하고, 현재 국내의 식품위생법은 이와 같은 국제적 시류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미국은 우수제조규범(GMP)를 1973년부터 전 식품에 적용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 GMP는 의약품과 일부 대기업 식품업체에서만 적용하고 있을 뿐이다. HACCP 역시 EU와 미국에서는 2006년과 2011년부터 전 식품에 강제 적용하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식품공학과 오상석 교수는 “식품위생법을 포함한 총 27개 식품안전 관련법들이 소비자를 위한 법으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식약처가 적극 노력할 필요가 있다”며 “처벌수준 강화를 위한 개정이 아닌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량식품 사전ㆍ사후 관리제도 개선 시급
지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최근 3년간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식품관련 소비자상담 건수는 3만4천597건에 달했다. 이 중 건강식품과 관련된 소비자 불만이 1만3천94건으로 가장 많아 전체의 37.8%에 달했다.
일찍이 EU와 일본에서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 도입을 권장하고 있는 ‘식품이력추적제도’를 의무화하고 리콜 제도를 활성화시켰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2012년 기준 위해식품 전체 회수율은 30% 수준이고, 특히 어린이 기호식품은 10% 내외에 불과해 어린이의 식품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불량식품의 유통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건강식품의 유용성 표시ㆍ사기 상술 개선 ▲축산물 어패류의 가공ㆍ유통ㆍ판매업체에 대한 HACCP 확대 ▲온라인 쇼핑몰 판매식품의 온도관리 방안 마련 ▲수입 식품원료에 대한 검역 및 품질관리 강화 ▲어린이 기호식품의 관리강화 등이 제시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안전국 식의약안전팀 하정철 팀장은 “유통되는 불량식품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식품이력추적제도의 의무화와 리콜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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