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적 줄었음에도 고온 등으로 생산량 급증
중국산 수입 겹쳐 도매가격 전년比 반토막
농민단체 “수입 중단…국가수매제 전환을”
지난 27일 오전 무안군 전남도청 앞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등이 “중국산 고추 수입 전면 중단과 국가수매제로 고추값 1만원 보장”을 촉구하며 고추 야적투쟁을 벌이고 있다.
기상 호조로 고추 생산량이 크게 늘면서 농민들이 가격 하락으로 속을 태우고 있다.
가격 안정 등을 위한 뒤늦게 정부 수매가 이뤄지고 있지만, 농민들은 “무분별한 수입으로 자급률만 추락하고 있다”며 수입 중단과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를 요구하고 있다.
29일 전남도에 따르면 올해 건고추 재배 면적은 전국적으로 4만5천360㏊로 전년보다 0.2% 감소했다. 전남은 전체 재배면적의 20%인 8천859㏊에 이른다.
반면 생산량은 11만225t으로 전년보다 6% 증가하고, 특히 주산지인 전남은 2만1천727t으로 18% 급증한 것으로 추산된다. 10a당 생산단수도 243㎏으로 예상돼 전년(229㎏)보다 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재배 면적이 줄었음에도 생산량이 급증한 것은 유례없는 고온 현상 등 고추 생산에 유리한 기상 여건이 형성된 게 1차적 요인으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 2011년부터 중국산 고추가 대량 수입되면서 가격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최근 3년 간 국내에 들여온 수입고추는 30만t에 육박하는 것으로 농민단체는 보고 있다.
국내 생산증가와 중국산 고추 수입은 고스란히 고춧값 하락으로 이어져 서울 가락시장 8월 평균 고추도매 가격(600g 기준)은 6천924원으로 전년(1만3천267원)보다 47% 폭락했다. 평년보다도 18%나 추락했다.
9월 중순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지난해 1만1천500원이던 것이 7천250원으로 37%나 내려 앉았다.
이에 따라 2012년산 수매 비축량과 올해 수입량의 방출을 억제하는 조치와 함께, 전남도가 김치나 식품가공업체에 고추구매를 위한 농업종합자금 45억원을 긴급 지원했으나 성난 농심은 쉬 가라앉지 않고 있다.
급기야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은 지난 27일 고추가격 1만원 보장과 기초농산물 정부 수매를 촉구하며 고추 야적시위를 벌였다.
이 자리에서 농민들은 “살인적 무더위와 싸워가며 고추를 수확했는데 정부가 중국산을 무분별하게 수입하는 바람에 자급률이 40%대로 추락했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가 건고추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수매를 발표했지만 농민 참여를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수매 가격과 수매량을 정해 불신만 키우고 있다”고 밝혔다.
농민단체는 ▲중국산 고추 수입 전면 중단 ▲수입물량 시장 격리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전환 ▲고추 600g당 1만원 보장 ▲농협의 적극적인 고추 수매 등을 요구했다.
전남도 농림식품국 관계자는 이와 관련 “올해 건고추 수급 안정과 농가 경영안정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특히 앞으로 있을 김장철 고추가격 추이를 파악해 재배농가들의 어려움을 적극 해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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