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인만 통제” 불만…광주시청 직원 주차장은 차량 가득
전날부터 미리 주차…일선 구청들은 대부분 지켜 ‘대조적’
광주시 등 관공서가 30일을 ‘차량 없는 날’로 지정해 차량을 통제하고 있는 가운데 이날 오전 광주시청의 직원 주차장(사진 왼쪽)은 차량들로 가득차 있는 반면 서구청과 남구청의 직원 주차장은 관용차를 제외하고 텅 비어있다.
“광주시청 직원주차장에는 차량들이 많이 주차돼 있던데…민원인은 통제 하네요.”
‘차 없는 날’ 행사로 인해 차량이 통제되고 있는 30일 오전 광주시청과 남구·서구·동구청 주차장 입구.
이날 관공서를 방문한 대부분의 민원인 차량들은 주차장 입구에 설치된 ‘차량 없는 날’을 알리는 현수막과 주차장 관리 요원의 설명을 듣고 차량을 다시 돌렸다.
일부 민원인의 경우 “행사를 전혀 알지 못했다”며 주차장 관리 요원에게 항의 하기도 했지만 통제에 따르는 분위기였다. 민원인들은 외부 주차장이나 관공서 외각에 주차를 하고 민원 업무를 본 뒤 빠져나갔다.
하지만 같은 시간 광주시청 지하에 마련된 직원 주차장에는 차량들로 꽉 차 있었다. 500여대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에 300여대가 주차돼 있는 듯 했다.
이를 발견한 한 민원인은 “직원 주차장에는 차량들이 이렇게 많이 주차돼 있는데 민원인만 통제한다”며 볼멘 소리를 했다.
이에 대해 광주시청 관계자는 “이날 오전 6시부터 직원 차량에 대해 통제를 했다”며 “관용차를 제외한 나머지 차량들은 전날부터 주차돼 있던 차량들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날은 주말이어서 쉬는 날이었다. 시청 관계자의 말대로라면 지난 금요일에 업무를 마치고 차량을 주차장에 세워둔 뒤 퇴근을 했다는 뜻이다.
민원인은 “공무원들은 차량이 통제되는 줄 미리 알고 얌체처럼 주차장에 세워둔 것 아니겠느냐”며 “차량 없는 날이 출근시간만 통제되는 것은 아니니까 퇴근시간에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광주의 일선 구청은 대부분 ‘차량 없는 날’을 지키고 있었다.
남구청의 경우 주차장 입구에 바리게이트를 설치해 차량을 통제했고 지하 2층부터 6층까지 주차장에는 관용차 이외에는 주차돼 있지 않았다.
동구청은 65세이상 독감예방접종과 영유아 예방접종을 위해 방문한 차량을 제외하고 직원 차량은 통제했다.
서구청은 100여대를 주차할 수 있는 직원 주차장에 청장, 부구청장, 의전 전용차량, 임산부 차량만 주차돼 있었다. 서구청 관계자는 “관용차의 경우 이날은 운행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차 없는 날’은 지난 1997년 프랑스의 작은 도시 라로쉐에서 ‘온실가스를 줄이고 자전거 타기 등 녹색 생활을 실천하기 위해 1년 중 단 하루만이라도 자가용을 타지 말자’는 시민단체의 캠페인으로 시작됐다.
광주시도 이에 동참해 광주시청을 비롯해 5개구청, 동 주민센터 등을 방문하는 민원인 차량과 직원 차량까지 통제했다. 장애인차(본인)와 임산부·긴급차·관용차 등은 통제에서 제외했다.
광주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차 없는 날’을 알지 못해 일부 시민들은 관공서에 차량을 가지고 왔지만 통제에 따랐다”며 “그러나 관공서에 주차돼 있는 직원 차량들은 운행을 하지 않았더라도 행사 취지를 무색케 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차 없는 날 행사는 단순히 차량 운행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온실가스를 줄이고, 에너지 절약을 통한 녹색생활 실천 문화를 확산시키자는 데 있다”며 “관공서 부터 적극 동참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강흥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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