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북구, 다문화가정 10쌍 합동결혼식 개최
필리핀 엘카멜라니씨, 고향 친구들 응원 부탁
13일 오후 광주 북구 운암동 그랑시아웨딩홀에서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베트남 5쌍, 중국 3쌍, 캄보디아 1쌍, 필리핀 1쌍 등 다문화 부부 10쌍이 가족과 자녀들이 참석한 가운데 합동 결혼식을 올리고 있다.
“태풍 피해를 입은 필리핀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세요.”
13일 오후 광주 북구 운암동 그랑시아웨딩홀. 아름다운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 엘카멜라니(26·필리핀)씨는 가장 행복한 순간, 고향 친구들을 걱정했다.
지난해 4월 박관덕(40·북구 연제동)씨와 결혼한 엘카멜라니씨는 주부 2년차다. 올해 초에는 예쁜 딸아이가 태어났다.
좋은 소식은 겹쳐서 찾아왔다. 건강이 좋지 못한 남편과 집안 형편 때문에 혼인 신고만 했던 엘카멜라니씨와 남편에게 광주 북구가 무료로 결혼식을 올릴 수 있도록 지원해준 것이다.
결혼 예복과 세탁기, 예식장 대여, 앨범 제작, 신혼여행 경비까지 무료였다.
하지만 결혼 준비를 마무리할 때쯤 태풍 '하이옌'이 필리핀을 강타해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다행히 엘카멜라니씨의 가족들은 태풍 피해로부터 무사했지만 자신과 함께 광주로 시집을 온 몇몇 필리핀 친구들은 아직까지도 가족이나 친척들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결혼식이 열린 이날, 웨딩드레스를 입는다는 설렘에 다른 9쌍의 신부들보다 가장 일찍 웨딩홀에 도착한 엘카멜라니씨는 자신의 결혼식을 축하하러 온 친구들을 보며 눈시울이 불거졌다.
엘카멜라니씨는 “나와 달리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친구도, 고향의 가족이나 친척들과 연락이 되지 않는 친구들도 결혼식에 참석해 축하해줬다”며 “친구들의 가족들도 무사하다는 소식이 하루빨리 전해졌으면 좋겠다. 필리핀에게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래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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