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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슬픔 인식하자 / 이준구<주필, 시인> |
2007년04월23일(M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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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버지니아공대에서 총기 난사사건은 그 자체로도 경악할 일이지만, 용의자가 한국사람이어서 충격이 더 크다. 무고한 희생자들과 그 가족은 물론, 모든 미국 국민을 향해 마음의 조기(弔旗)를 게양한다.
이번 사건은 인종이나 국적(國籍)의 문제가 아니라, 정신분열의 과대망상에 사로잡힌 한 젊은이의 극단적 일탈(逸脫)이 빚어 낸 참극인 것이다. 총기 소지가 자유로운 미국에서 종종 발생했던 ‘캠퍼스 총격사건’의 재현일 수도 있다. 그러나 대다수 한국인은 집단적인 죄의식을 느낀다. 그것은 집단의 자기 인식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의 말대로 “미국에 오래 거주한 한국계 학생이 개인적 사안으로 야기한 사고”인 것이다. 용의자가 미국 사회의 ‘외국인 거주자’라는 이유로. 혹시라도 9·11테러를 연상한다면 미국 내에서, 한국 내에서, 한미 양국 관계에서 이번 사건은 위험한 형태로 변이될지 모른다.
노무현 대통령이 깊은 애도와 위로를 표하며 “형언할 수 없는 충격”이라고 신속하고 강력한 메시지를 표명한 것도 이런 우려를 했기 때문이다. 무고하게 목숨을 잃은 희생자와 그 가족, 나아가 그들의 나라와 국민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 일은 그것이 개인적이든 집단적이든 인간으로서의 도리에 맞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교민사회는 9·11테러 이후 아랍계 이민자에 대해 싸늘하고 위협적으로 변한 미국의 민심을 보았기에 새로운 반한(反韓)감정이 고조될까 크게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즉각 대책회의를 열어 미국 내 요로에 우리의 견해와 입장을 전달하고 교민사회를 추스르고 나선 것은 당연하며 적절하다고 본다.
하지만 오늘의 미국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힌 사건으로 여겨진다. 정신이 건강하지 못한 학생이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고 대학에 방치돼 온 점, 총기 자유 소지제도의 문제점, 캠퍼스 보안의 허점 등에 대한 지적이 미국 사회에서 나오고 있다. 그의 범행을 국적이나 인종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양식 있는 대부분의 미국인도 같은 생각인 것 같아 다행이다.
미국은 개척자와 이민자로 이루어진 나라다. 17세기 초 일단의 유럽인들이 정치적 종교적 자유를 찾아 신대륙으로 옮겨온 후 두 세기에 걸쳐 개척자의 후손들이 그들의 나라를 세웠다. 19세기 이후 이민자들이 새로운 나라에 몰려들었다. 1820년부터 2000년까지 6600만 명의 이민자가 미국에 왔다.
한국인의 미국 이민사는 1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현재의 이민 1세대는 주로 1970년대 이후 미국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이민 1.5세대는 한국에서 태어나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한 경우이고, 이민 2세대는 미국에서 나서 미국에서 자란 세대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는 세대 차와 문화적 차이, 언어적 차이가 존재하는 만큼 갈등은 필연적이다. 하지만 부모인 1세대에게는 갈등을 풀어 나갈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다. 먹고살고 자식 공부시키기 위해서는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일에 매달려야 한다.
이제는 미국의 주류사회로 진출하는 1.5세대와 2세대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1.5, 2세대는 자신의 정체성을 잃은 채 ‘아웃사이더’로 방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언이폐지(一言以蔽之)하면 미국 사회의 도덕 교육 부재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미국은 도덕 교육으로 무장해야 한다.
한국도 지금처럼 도덕 교육이 부족한 현실에선 ‘미국의 애통’과 같은 불행이 올지 모른다. 그러므로 교육부 당국은 반드시 현행 도덕 교재를 우리의 고유 도덕 내용으로 바꾸어야 한다.
좌전(左傳)에 가정에서의 덕목(德目)으로 부의(父義)·모자(母慈)·자효(子孝)·형우(兄友)·제공(弟恭)의 오교(五敎)를 들고 있다. 아버지는 의로와야 하고, 어머니는 자애로와야 하고, 아들은 효성스러워야 하고, 형은 우애해야 하고, 동생은 형을 공경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하루 속히 이런 오교(五敎)를 우리의 도덕 교재에 넣어야 한다. 그래서 이를 실천윤리로 삼아야 한다. 그것은 실천윤리를 무시하고 학문에만 힘쓰면 인간으로서의 본질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지식만이 있고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실천하지 못하는 것이 현대인의 폐습이다. 도덕을 배워 실천의 가르침을 얻고 사리의 당연함을 알고 행동하면 편견도 없고, 무례도 범하지 않으며, 절대로 고립인간이나 반사회자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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