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국민연금의 보험료는 올리지 않고 연금 급여액을 크게 줄이는 쪽으로 제도개정을 하기로 합의했다.
기초노령연금 지급액에 대해서도 현재 5%에서 2028년까지 10%로 인상키로 했다.
얼마전 국회에서 두 당이 표 대결을 하다 개혁 자체가 무산돼 비난여론이 빗발치자 발빠르게 정치적 타협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두 당이 이번에도 각자의 방안을 고집해 또 한번 무산되는 것보다는 낫다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정치적 타협에만 매달려 제도의 본질이 훼손됐다.
국민연금제를 시행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국민연금법 제1조에는 ‘노령·질병·사망에 대비해 국민의 생활 안정과 복지증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 있다. 그런데 두 당의 합의안대로 연금 급여율을 평균 소득의 40%로 낮추게 되면 전체 연금 가입자의 60%가 최저생계비(월 43만원)에도 못미치는 급여를 받게 된다. 소득의 40%란 말은 40년 가입했을 때 얘기고, 실제 평균 가입기간이 21.7년이란 점을 감안하면 급여는 20%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겨우 용돈 수준에 불과한 액수를 두고 연금이라 할 수 있는가!
금기금 고갈 시기를 현행보다 고작 14년 늦출 뿐이다. 반면 기초노령연금으로 세금 부담은 엄청나게 늘어났다. 2030년대에는 38조원이, 2050년대에는 134조원이 필요하다. 째깍째깍 시한장치가 숨어 있는 폭탄을 그럴듯하게 포장해 미래세대에게 넘긴 셈이다. 열심히 일해 꼬박꼬박 보험료를 내느니 차라리 정부에서 생활비 보조를 받는 게 낫다는 위험한 생각을 심어줄 수도 있다. 한마디로 최악의 법안이다.
연금보다 먼저 개혁해야 할 대상은 정치권인 것 같다. 이 같은 법안을 ‘개혁’이라고 포장한 국회의원들과 두 당 말이다. 자손들 어깨에 감당할 수 없는 짐을 지우고도 부끄러움을 모른다면 그게 바로 개혁대상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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