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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인의 슬픔 우리도 슬프다 / 나경택<수석논설위원, 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회장> |
2007년04월24일(Tu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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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미 동부의 버지니아 공대 참사 추모식에서 “오늘은 온 나라가 슬픔에 잠긴 날”이라고 슬픔을 표시했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학내 총기 참사라는 점에서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러나 이번 참극은 미 국민만의 슬픔이 아니라 세계인의 슬픔이다. 특히 우리로서는 가해자가 한국인 1.5세라는 점에서 경악과 분노, 슬픔을 동시에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죽은 자는 원래 말이 없다. 그러나 그들의 뜻은 살아 있다. 바꿔 말해 살아남은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 있다.
2차 세계 대전 때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생존자인 리비우 리브레스쿠 교수(76)가 학생들이 피신할 수 있는 시간을 벌기 위해 강의실 문을 가로막고 선 이유가 무엇일까.
그의 마음 속에는 학생들을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과 함께 이 같은 참극이 다시는 살아나지 말아야 한다는 바람이 자리 잡고 있었을 것이다. 극도의 공포감 속에 죽어간 다른 희생자들도 같은 마음이었으리라.
산 자들이 할 일은 분명하다. 이번 비극이 또 다른 비극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가장 우려되는 후폭풍이 인종 갈등이다.
가해자가 비록 어릴 때 이민을 갔지만 한국인이라는 점에서 인종갈등으로 이어질 소지도 있다. 확인할 수 없지만 이미 일부 지역에서 한인들에 대한 증오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으며, 한인들은 심리적으로 굉장히 불안한 상태에 있다는 소식이다. 걱정스런 일이다.
자칫 이번 일로 1992년 LA 폭동 때 일어났던 한·흑 갈등이나 2001년 9·11 이후 나타났던 반 아랍인 현상과 같은 민족갈등이 재발된다면 우리 모두의 비극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이번 사건의 실체와 성격을 직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번 참사는 기본적으로 한 한인 학생이 개인적인 문제로 수많은 사람을 살해한 사건이다. 한인과 미국인 사이의 인종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총기 소지가 허용된 미국에서는 1999년 콜로라도주 칼럼바인고교의 학내 총기 난사 사건을 비롯해 이따금씩 유사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민이든 미국민이든 이번 사건을 너무 확대해석해 다른 문제와 연결시키거나 과민반응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학살 사건의 범인 조승희가 1차 범행 직후 미국 방송국에 부유층을 저주하고, 피로 보복하겠다는 메모, 동영상, 사진 등을 보냈다.
그가 쓴 희곡 작품에는 청소년이 아버지, 교사 등을 변태, 사탄으로 묘사하면서 죽이겠다는 말을 되풀이하는 등 사회에 대한 증오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한다. 그의 부모들조차 아들의 반사회적인 성격을 매우 걱정스러워했다는 것이다.
그의 범행 동기에 대해선 미국 경찰이 조사 중이지만 정신질환 수준의 반사회적 성격에 의한 계획 범죄로 보인다.
그는 과거의 총기 난사 사건 범인들을 순교자로 지칭했을 정도다. 정신병적인 그의 성격을 미국 이민 1.5세대의 특징으로 부풀려선 안 된다.
이번 사건은 극히 비뚤어진 과대망상자가 벌인 참극이다. 어린 시절 미국에 건너가 경제, 사회, 문화적 역경을 꿋꿋하게 이겨내고 잘 살고 있는 이민 1.5세대는 숱하게 많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번 사건이 우리에게 던지는 시사점은 많다고 본다. 그의 범행은 사회, 특히 부유층에 대한 증오에서 출발했다. 반면 증오는 파괴를 낳는다.
우리 사회에서 정치세력들이 증오를 부추긴 점은 없는지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광란의 총부리에 희생 당한 교수·학생들에게 삼가 애도를 표한다. 또 상상할 수 없는 비극으로 인해 충격에 빠져 있을 미 국민들에게 위로의 뜻을 보낸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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