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25 재·보궐 선거에서 국회의원 3곳 중 1곳, 기초단체장 6곳 중 1곳만이 당선되는 수모를 겪은 한나라당이 지도부 책임론과 대선 예비주자들의 역할에 대해 당 일각에서 강력한 비난을 받고 있다.
대전 서을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에게 압도적으로 패했는가 하면, 기초단체장 6곳에서도 무려 5곳이 무소속 후보들에게 참패를 당했다.
당 지지율 50%선인 한나라당이 무소속 후보들에게 패했다는 것은 이야말로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율이 거품이 아닌가 따져봐야 한다.
무노(無盧)상황과 청개구리
이번 선거는 무노(無盧, 노무현 대통령이 당적을 갖지 않은 상태) 상황에서 치러졌다. 무노 상황에서의 한나라당 참패는 올 12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동안 노 대통령의 공격적인 화법에 반사 이익을 챙겨온 것이라는 게 이번 선거로 드러난 셈이다. 또한 무노 상황의 선거는 한나라당에서 전혀 예기치 못한 결과로 이어져 참패했다.
한편으로는 당 지지율이 상승하고 최근에는 범여권의 특별한 대선 예비주자도 없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의 독주로 인한 오만과 독선을 국민들이 심판했다는 측면도 있다.
재·보선 불패라는 안일한 대처도 문제였고, 공천 잡음 등 최근 이명박, 박근혜 두 주자의 집안싸움에 식상해하는 국민들도 많았다.
그동안 한나라당은 정부가 어떠한 정책을 내놓으면 검토하지도 않고 무조건 반대하는 청개구리 일변도였다. 일단 국민들의 동조를 얻기 위함이다. 그러나 그런 법안들이 나중에 알고 보면 한나라당 자신들이 수립해 놓은 정책들이다. 참으로 기가 막힐 정도다.
아무리 국민들의 눈과 귀를 속이고 정부 정책에 무조건 반대하고 선동하는 구태의연한 낡은 정치를 하려고 해도 이제는 우리 국민들은 당하지 않는다. 과거의 독재정권 시절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직 정권획득에만 눈이 멀어 국민을 위한 민생법안도 제대로 처리 못하는 과오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시대착오적 발상이 문제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 과정에서 각종 공천 잡음이 되풀이됐다. 경기도 안산의 돈 공천 파문, 경남 거창지역 후보매수 사건이 잇따랐고, 강재섭 대표의 지역구 사무실 과태료 대납 사건까지 불거졌다.
또 선거법 개정을 한다면서 ‘선거기간 촛불시위 와 인터넷 인기검색어 제한’ 등의 개정안을 냈다가 여론의 호된 비판을 자초했다.
특히 ‘선거기간 촛불시위와 인터넷 인기검색어 제한’ 등의 개정안은 한나라당의 오만과 독선이 과거 독재로의 회귀 같은 느낌이 들어 강력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오만과 독선으로 이·박 대선주자의 지지율이 선두라서 정권을 획득할 것이라는 예측 하에 집회의 자유와 알권리를 무참하게 짓밟는 행동이 과거 독재정권이 하는 짓과 똑같지 않은가!
만약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른다. 벌써 대통령 선거도 치르기 전에 이런 시대착오적인 발상을 내걸고 나오니 가히 예견 할만하다.
미국의 아폴로 11호가 달나라에 다녀온 지 40년이 다돼간다. 흔히 쓰는 말로 ‘때가 어느 때인데…’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보수 수구 세력들의 특징이 기득권 보장, 강압정치, 변화 없는 현실 안주 등 오직 자신들의 안위만을 추구하는 세력들이다. 이러한 수구 세력들은 시대가 변하는 걸 싫어한다. 자신들의 안위가 위태롭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벤쳐’ 정신은 아예 뒷전이고 ‘굴뚝기업’밖에 없다.
또 한가지 어처구니 없는 것은 대북강경일변도의 길을 걷던 한나라당이 최근 무슨 속셈인지 대북 유화책을 쓰고 있는것이 우스꽝스럽다. 미국과의 전작권 환수 문제에 있어서 기를 쓰고 반대를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세상 참 많이 변했다. 아마 북미 관계가 화해 무드로 조성되가는 것을 눈치 챈 모양이다.
이렇듯 한나라당은 잘못된 시대착오적 발상으로 무조건적인 반대를 일삼아 왔다. 이번 선거에도 국민을 무시하는 선거법 개정을 하려다 비판을 받았다. 이는 수구 세력들의 기본적인 발상인 권위주의가 발동한 것이다.
정책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 결과를 직시하고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원내 제 1당으로서 민생 법안 등 모든 정책을 국민들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다시는 정부에서 ‘한나라당이 발목잡아 정책을 펼치지 못하겠다’는 그런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아니면 말고’ 식의 무조건적인 반대도 이제는 안 통한다.
한나라당은 이번 참패를 거울삼아 자성해야 하고 현실의 안주를 벗어나 국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자세로 새롭게 거듭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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