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는 명일(名日)이라 일양(一陽)이 생(生)하도다/시식(時食)으로 팥죽을 쑤어 이웃(隣里)과 즐기리라/새 책력(冊曆) 반포하니 내년 절후 어떠한고/해 짤라 덧이 없고 밤 길기 지리하다.’-‘농가월령가’ 11월조
22일 오늘은 동지다. ‘농가월령가’의 첫절처럼 동지는 1년중 밤이 가장 긴 날이지만 이 날이 지나면 낮이 길어지기 시작하기 때문에 양기가 싹트는 상서로운 날로 여겼다고 한다. 그래서 설 다음 가는 경사스러운 날로 대접 받으며 ‘작은 설’이라는 뜻의 ‘아세’라고 불렸다고도 한다. 그런 뜻에서 설날의 떡국처럼 동지 팥죽 역시 ‘동지 팥죽을 먹어야 한살 더 먹는다’라며 옛사람들이 즐긴 대표적인 명절 음식의 하나로 꼽혀왔다.
팥죽은 팥을 고아 죽을 만들고 ‘새알심’이라고 불리는 찹쌀 단자를 만들어 넣고 끓인 음식이다. 옛날에는 팥죽을 다 만들면 먼저 사당에 올리거나 대문과 벽, 곳간 등에 부려 잡귀를 몰아내는 의식을 치렀다. 그 다음 식구들이 둘러앉아 먹고 이웃에 나누어 주기도 했다. 이런 주술적 의미 외에도 팥은 당질과 단백질, 비타민A, 비타민B1, 칼슘, 인, 철 등을 함유하고 있어 피로회복과 변비해소,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아주 좋은 음식이다.
지방에 따라 넣지 않는 곳도 있지만 팥죽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새알심. 조선 후기의 동국세시기를 보면 ‘동짓날 팥죽을 쑬 때 찹쌀을 새알 모양으로 빚고 속에 꿀을 넣어서 시절 음식으로 먹는다’라는 기록이 있다. 또 팥죽에 새알심을 가족의 나이대로 넣어 각자 나이 수대로 먹었다는 기록도 있다.
◇동지팥죽=<재료>물10컵 팥2컵 불린쌀1컵 소금·삶은밤약간씩 새알심(찹쌀가루½컵 끓는물½큰술 소금적당량)
<만드는 법>
①새알심 만들기. 볼에 찹쌀가루를 담고 끓는 물에 소금을 넣어 익반죽한다. 반죽을 잘 치대어 매끈해지면 조금씩 떼어 지름 1㎝ 정도의 새알심을 빚는다.
②팥을 깨끗이 씻은 다음 솥에 물을 넉넉히 붓고 중간불에 얹어 끓으면 물을 따라 버린 다음 다시 물 10컵을 붓고 약한 불에서 팥알이 툭툭 터질 정도로 삶는다.
③팥 삶은 윗물은 따라놓고, 삶은 팥은 뜨거울 때 나무주걱으로 대강 으깨어 중간체에 내린다. 팥 껍질은 버리고 앙금은 가라앉힌다.
④냄비에 팥 삶은 윗물과 불린쌀을 넣어서 가끔 저으면서 쌀알이 완전히 퍼질 때까지 끓인다. 처음에는 센 불에서 끓이다가 한소끔 끓으면 약한 불로 줄여 끓인다.
⑤④에 팥앙금을 넣고 잘 어우러지게 끓이다가 새알심을 넣는다.
⑥새알심이 익어서 위로 떠오르면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⑦소금 대신 설탕이나 조린 밤, 단호박 등 취향에 따라 함께 넣어 끓이면 한결 색다른 팥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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