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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기고> 나라를 나라답게 다스리는 용인술(5) |
2017년08월04일(Fri) |
| 이정랑 언론인(前: 조선일보 기자 現: 서울일보 수석논설위원) |
인간은 누구나 이익을 쫓는 속성을 갖고 있다. 뱀장어는 뱀과 비슷하고, 누에는 송충이와 비슷하다. 그런데 사람들은 뱀을 보면 무서워하고, 송충이를 보면 소름끼쳐 하지만, 어부는 손으로 뱀장어를 만지고, 부녀자는 누에를 직접 기르면서도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다. 이것은 곧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의사는 병자와 아무런 연고가 없는데도, 손으로 상처를 어루만져준다. 또한 수레 만드는 장인은 사람을 보면 부귀를 떠올린다. 이것은 수레 만드는 장인이 후덕하거나, 관 짜는 장인이 악랄해서가 아니다. 부귀한 사람이 없으면 수레를 팔 수 없고, 죽는 사람이 없으면 관을 팔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두 사람도 역시 이익을 추구할 따름이다.
간신이 권력을 침탈하고 통치권자의 주의를 끄는 것도 이익을 얻기 위해서다. 통치자의 총애만 얻으면 권세를 빌리거나, 통치자의 권력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군주의 후비(后妃)와 태자도 군주가 조금 더 일찍 죽길 바란다. 그들 사이의 관계가 나빠서가 아니라 화목할 때에도 이런 바람을 갖는 것은 군주를 증오해서가 아니라 군주가 죽지 않으면 후비, 태자의 권력이 커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군주가 빨리 죽으면 죽을수록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나 이익을 쫓게 마련이니, 모든 신료들도 스스로를 위해 이익을 꾀한다. 그러므로 통치자는 신하들의 표정 뒤에 숨겨진 음모를 간파해야 한다. 또한 검증할 수 없는 일을 해서는 안 되며, 멀리 듣고 가까이 보는 한편, 정책상의 득실과 상응하는 의견을 고찰하고 일의 전후 인과가 일치하는지 살핌으로써, 신료들이 충성스러운지 간악한지, 공익을 위하는지 사익을 위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옛날부터 충신과 간신에 대한 구분이 있었다. 보통사람들의 시선으로 볼 때 제갈량은 충신이고, 조조는 간신임에 틀림없다. 수천 년 동안 사람들은 그렇게 들어왔고, 스스로도 그렇게 말을 한다. 그러나 사실 그들이 어떤 점에서 충신이고 어떤 점에서 간신인지 깊이 생각해본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별도로 다루기로 하겠다.
세상사에 밝은 지혜로운 자들은 공명(功名)과 이록(利祿)을 거절하지도 않지만, 결코 그것을 섬기지도 않는다. 그들은 행동과 쓸 것과 버릴 것에 있어서 사람을 근본으로 삼고, 일의 이치(理致)를 귀의처(歸依處)로 삼아, 사람에게 이로우면 행하고, 사람에게 손해가 되면 행하지 않는다. 보잘 것 없는 사람들만이 권세와 이록을 섬겨서 종일토록 백성들을 피로하게 할 뿐이다.
권력은 잡을 수도 있고 놓칠 수도 있다. 벼슬도 마찬가지다. 얻을 수도 있고 빼앗길 수도 있다. 그 나라가 민주국가이고 올바른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면 이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런데 집착이 화를 부른다. 한번 잡은 권력을 놓지 않으려고 하니까 온갖 협잡한 행동이 벌어지고 괴상망측한 일들이 연속부절로 이어져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것이다.
권력을 버릴 수 있어야 백성이 근심 없이 살 수 있는데, 잡으려고만 하니 백성들의 근심은 그칠 날이 없다. 벼슬을 벗어던질 수 있어야 청렴함과 올바른 인품을 지킬 수 있는데, 마냥 붙잡으려고만 하니 서로 싸움이 그치질 않는다.
권력과 벼슬이란 이처럼 집착하고 놓지 않으려는 불치병을 만드는 병균과 같은 것이다. 권력이 주는 보화를 섬기지 않고 백성의 고단함을 먼저 살핀다면 집착이 던지는 유혹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이는 너무나 간단한 문제여서 선현들의 말씀을 옮길 필요도 없다.
그런데 아둔한 정치인들은 이를 알지 못한다. 자리를 섬기지 않고 백성을 먼저 섬긴다면 벼슬보다 더 영광스러운 명예를 얻을 것이나 탐욕에 눈먼 일부 정치세력들은 이를 알지 못한다. 참으로 현명한 사람이 나라를 다스리고, 명예로운 사람이 벼슬길에 나아가 백성을 섬기는 일, 수십 년의 우리의 정치사에 아직 이런 일이 흔치 않으니 누가 있어 백성들의 고단함을 위로해주겠는가.
우리들은 진정한 위민의 통치자가 출현하기를 일일천추로 학수고대하고 있다. 이 땅 이곳에 평화와 안정 공정한 사회를 꾸려갈 진정한 위민 통치자 말이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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