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의 핵심기술이 전·현직 직원인 ‘산업스파이’ 일당에 의해 중국으로 빼돌린 사실이 밝혀져 충격적이다.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9차례에 걸쳐 차체 용접·조립기술과 신차개발 계획 등 영업비밀에 속하는 자료 57건을 빼돌렸다는 것이다.
첨단 공정기술의 개발과 관리가 생명인 정보전쟁 시대에 국가 대표기업의 보안체계와 인사시스템이 그토록 허술하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지금까지 산업기술 유출이 휴대폰·반도체 등 IT 분야에서 주로 발생했지만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한 자동차마저 안전지대가 아님이 드러났다. 이 같은 기밀 유출이 경제적 손상은 물론 국가경쟁력에 막대한 타격을 입히고 있는 것이다.
산업기밀 유출 건수와 그 피해는 날로 급증하는 추세다. 국정원 산업기밀보호센터에 따르면 지난 2003년부터 현재까지 적발된 해외 기술유출 사건은 96건으로, 경제적 가치만도 95조9천억원에 이른다. 드러나지 않은 것까지 감안하면 산업기술 유출로 인한 피해는 이미 100조원을 넘은 것은 물론 수천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산업기술 유출은 천문학적인 규모의 국부(國富)가 순식간에 유출되고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엄청난 돈과 시간, 인력 등을 투자해 개발한 기술을 도둑맞으면 기업존립 자체가 위협받게 되는 까닭이다.
더욱 기막히는 것은 기아차의 전·현직 동료인 이들이 범행과정에서 보여 준 도덕적 불감증과 죄의식 부재다. 사퇴한 옛 동료라며 무단 공장견학을 주선하고 기밀을 주고 받은 이메일 제목을 ‘다 빼 가서 다 팔아먹으라’라고 했다니 말이다.
기업은 하루 속히 임직원들이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인사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기술유출은 바로 국부 유출이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은 기업과 정보기관의 공조관계를 제도화하는 방안을 십분 연구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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