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구례군은 지난 3일 광의면 수월리 매천사당에서 서기동 구례군수와 지역 유림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구한말의 대표적인 문인이자 절의를 지킨 우국지사인 매천(梅泉) 황현(黃玹 1855~1910) 선생의 제향(祭享)을 지냈다. 매우 고무적 현상이다.
매천(梅泉) 선생은 구한말 학자요, 우국지사다. 본관은 장수(長水)인데, 전남 광양인(光陽人)이다. 자는 운경(雲卿), 호는 매천(梅泉)이다.
지리산 구례에서 17년 동안을 살며 일인(日人) 침략의 추이를 주시하고 국운(國運)을 걱정했다. 융희 4년(1910) 국권을 일본에 빼앗기자 이를 통분하며 절명시(絶命詩) 4편을 남기고 나이 56세에 음독 자결했다.
다음에 절명시 한편을 현대 시조 형식으로 번역해 보이고자 한다.
새짐승 슬피 울고,
산하(山河)도 찡그리네.
무궁화 화려 강토
속절없이 망했다오.
책 덮고
지난 일 돌이키니
글아는 선비노릇 참 어렵소.
이 시는 “새와 짐승도 슬피 울고 산하(山河)도 찡그리는데, 하물며 인간이 나라가 망함을 보고 그냥 있으랴. 나라의 체면을 생각하고 선비의 체면도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매천 선생의 ‘우국순절(憂國殉節)’이 잘 나타나 있는 것이다.
선생이 자결한 이듬해 영남·호남의 선비들이 성금을 모아 ‘매천집(梅泉集)’을 출간해 주었다. 또 ‘매천야록(梅泉野錄)’이 남아있다. 매천야록은 유교사관을 근간으로 해 근대사의 현실인식에 중점을 두고 있어 한국 최근세사 연구의 귀중한 사료다. 1962년 건국공로훈장 단장(현 건국훈장 독립장)이 추서됐다.
그러면 매천 선생의 이러한 우국사상은 어디서 나왔을까? 필시 공부자(孔夫子)의 인의(仁義)사상에서 나왔을 것이다. 인간이 물질과 형식에 빠져들수록 이기적 욕망과 가식적 허례의 음산한 분위기가 사회를 불신과 갈등으로 몰아간다는 것이 공부자의 생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부자는 물질주의와 형식주의를 타파할 수 있는 대안으로 인의(仁義)를 제시한 것이라고 여겨진다. 논어(論語)의 ‘효충(孝忠)’ 윤리는 이러한 인의(仁義)의 철학적 연역에서 도출된 가치 영역인 것이다.
인의(仁義)는 하늘의 섭리를 바탕으로 발현된 인간의 도덕적 심성이고, 효충은 이러한 도덕적 심성을 밖으로 드러내는 유형적인 윤리로서 섭리를 체현하는 유가적 전략인 것이다.
그래서 공부자는 효는 인의 근본이고, 충은 의(義)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공부자의 학술적 가치는 바로 여기에 있다.
왜냐하면 공부자는 이전의 종교적 권위나 한대(漢代) 이후의 경직된 이데올로기(Ideologie)적 강령으로서가 아니라, 부정할 수 없는 사변적 추론으로 효충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는 까닭이다.
이것은 현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세대간의 윤리적 갈등 관계를 염두에 둔다면 중요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말하자면 불효(不孝)의 문제에 대해 오늘의 청년 세대가 부모 세대에게 저항하는 전략과 관계가 있다. 즉 청년 세대가 기성 세대에게 반론으로 던지는 것이 왜 효충을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가이고, 공부자는 이에 대해 섭리적 관점에서 그 당위성을 설명한다. 이 얼마나 지극한 도(道)인가.
구례교육청 당국은 이러한 도(道)가 있는 매천(梅泉) 선생의 도학 사상을 학생들에게 교육시켜야 한다. 그것은 공부보다 먼저 인간다운 인간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하루 속히 매천 사상을 십분 인식해 민생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 유가사상 속에 평화주의(平和主義)가 들어 있어 정치적 양극화를 해결할 수 있는 까닭이다.
구례군 당국은 반드시 ‘매천 사상’ 연구에 심혈을 기울여 주민들로 하여금 선생의 우국심을 인식하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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