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발생한 집단 식중독 사고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지하수 개발업자와 검사기관, 일부 공무원이 결탁, 수질검사 결과를 조작함으로써 오염된 지하수가 중·고등학교와 어린이집, 가정집 등 1천400여 곳의 식수로 사용돼 충격적이다. 어쩌다 이지경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한심스럽기 그지 없다.
이야말로 제 배를 채우기 위해서라면 국민 건강은 나 몰라라 하는 후진국형 비리가 아닐 수 없다. 그것은 당시 식중독자가 2900여 명에 이르러 이 사회의 체질화된 도덕적 해이를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밝힌 조작 실태를 보면 소비자들로서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검사기관은 개발업자의 돈을 받고 검사 없이 수치를 마음대로 적어넣거나 시료자체를 수돗물로 바꾸기도 했다. 민간 검사기관은 물론 대학부설연구소와 공공기관도 가담했다고 하니 어이 없는 일이다. 엉터리 수질검사다.
이들은 관리 감독해야 할 공무원은 아예 눈을 감아버렸다. 공문서를 허위로 작성하고 채취 현장에서 시료를 봉인해야 하는데도 봉인지를 통째로 업자에게 건네 주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한 간부는 검사기관으로부터 “잘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1천800만원을 챙겼다는 것이다.
검사기관-업체-공무원의 삼각 비리 사슬에 얽힌 지역이 전국 1400여 곳에 이른다. 이들 지역 주민들은 얼마나 억울할까. 질산성 질소가 유아의 체내에 흡수되면 피부색이 청색으로 변하는 청색증과 빈혈, 성장발육 부진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런 위험한 지하수를 국민들은 마셔온 것이다.
정부는 반드시 비리 공무원의 형사처벌은 물론 검사기관에 대한 지휘 감독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물까지 안심하고 마시지 못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수치이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은 하루 속히 지하수와 수돗물 등 물 문제에 대한 근본대책을 수립해 ‘물 공포’를 해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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