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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업성취도 평가결과 공개 안된다 / 안용호<논설위원, 광주 금당초등학교 교장> |
2007년05월30일(W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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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성적 뿐만 아니라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결과도 공개해야 한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특별2부(재판장 김종백)는 4월 27일 뉴라이트닷컴 신아무개 대표 등이 “2002~2003년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자료를 공개하라”며 교육인적자원부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의 참여 및 교육정책의 투명성 확보 등의 이익이 더 크다”며 공개거부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이어서 4월 30일 이주호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교육관련 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별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몇 가지 절차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이로써 앞으로 초중등 교육기관은 수많은 예민한 교육정보, 예를 들면 학년별, 교과별 교과학습발달 상황, 학업성취도 평가에 관한 자료, 학업중단 등 학생변동 상황, 보건 관리, 환경 위생, 학교 폭력 발생 현황 및 처리에 관한 사항, 교육과정 편성운영, 교원현황, 학교급식, 학교 운영위원회 등 15가지 교육정보를 공개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 동안 교육인적자원부는 정보를 공개하면 전국의 서열화가 드러나 과열경쟁과 사교육 조장 그리고 교육과정 정상운영 저해 등 교육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판단 아래 정보 공개에 부정적이었다. 교육적 차원이었다.
그런데 재판부는 “교육부의 주장을 인정할 근거가 없고 이미 만연한 과도한 입시경쟁, 공교육 파행, 사교육 의존 등을 개선해 교육현실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라도 현재 교육상황에 대한 정확한 자료를 연구 및 토론의 기초 자료로 공개할 필요가 더욱 크다”고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매우 잘못 판단한 것처럼 보인다. 오히려 서울행정법원의 “개인정보 위험성이 있고, 장래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업무 수행에도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판결이 더 설득력 있고 타당해 보인다.
지금 우리 교육은 많은 문제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학업성취도 결과 등 민감한 사항을 공개하게 되면 교육부의 판단대로 전국의 서열화가 바로 드러나게 된다. 그 결과 과열 경쟁으로 사교육은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될 것이다.
외국의 예를 들면 미국에서는 연구자에게만 제한적으로 공개되고, 영국에서도 원자료를 공개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는 학교 서열화에 따른 홍역을 70년대에 이미 경험한 바 있다.
초등학교의 경우 매년 6학년 학업성취도 평가를 보게 되는데 전국 대상 학생 중 3%가 표본 집단이다. 여기서 나온 자료는 자료일 뿐 지역이나 학교를 대표하지 않는다. 학교가 표본 집단에 참여하기를 기피할 경우 원자료 자체를 얻기도 힘들다. 그런데 이 자료로 무얼 연구한다는 것인가? 연구는 현장교사의 연구로도 충분하다. 지금까지도 잘해왔다. 교육에 관한 일은 교육자에게 맡겨야 한다.
지필고사로는 학력을 다 잴 수 없는 것도 문제가 된다. 교육에서 과정보다 지필고사 위주의 평가 결과에 더 집착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핸드폰 수능 부정사건이 1년 전의 일이다. 평가 결과를 공개하게 되면 학원 앞에는 많은 프랑카드가 걸릴 것이다. 우리 학원 출신이 학력이 좋았다고, 오후 2시만 되면 학원에 가려고 몸부림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학력에 관한 정보 공개는 타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지필고사 위주의 학력이 고착화되면 많은 아이들은 ‘자기 충족적 예언’의 피해자가 될 것이다.
진단 평가, 형성 평가, 총괄 평가 등의 학습 평가는 수업의 한 부분이다. 교실수업 개선의 핵인 교육과정 정상운영이 어려워지고, 어린 학생들이 겪을 위화감 등을 생각해 볼 때 학업성취도평가 결과 공개는 절대 안된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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